◇생생 현장리포트
동아일보는 18일부터 매주 수요일자에 ‘주부 E&B(Education & Breeding)클럽’ 칼럼을 새로 싣습니다. 이 코너는 자녀교육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아이 키우기에 관련된 진솔한 정보들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며 함께 고민하는 장(場)이 될 것입니다.제1기 ‘주부 E&B클럽’에는 서울 수도권 주부
6명이 참여합니다. 이들은 칼럼 기고 외에도 갖가지 교육이슈와 관련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 ‘독자와 함께 하는 동아일보’를 만들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학운위'서 公교육 개혁의 싹을 봤어요
▽'거수기'탈피…교육감 선출도
새 학년이 시작되자마자 각 학교에선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을 뽑느라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아들 상필이가 다니는 인천고도 운영위원 6명을 뽑는데 학부모 16명이 나섰다. 올해는 학교 운영위원들이 각 시도 교육자치단체장인 교육감을 선출하는 중대사까지 겹쳐 유례 없이 경쟁이 치열했던 것 같다. 전에는 학교에서 추천하는 인사들이 그대로 운영위원이 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번에는 대부분 학부모들이 투표를 통해 운영위원을 뽑았다.
개인적으로는 아들이 중학교(부원중)에 다닐 때 학교 운영위원회에 발을 들여놓은 뒤 지금까지 햇수로 4년째 계속하고 있다. 아들이 고3이니 아이 졸업과 함께 학교에 참여하는 학부모 노릇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선생님 고충등 교단현실 이해
학교 운영위원회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아졌다. ‘교육위기’라는 단어가 어느새 유행어처럼 돼버린 때라 묵묵히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던 부모들이 참다못해 직접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것일까.
처음엔 나도 과밀학급에서 무슨 인성교육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효율적인 학습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막상 운영위원 일을 하면서 현장을 보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좁은 교실에서 학생들과 부대끼며 탁한 분필가루를 마시는 선생님들을 보며 아이를 맡긴 부모로서 죄스러운 마음이 든 적도 많았으니 말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이들에게 ‘시달리면’ 토요일엔 목이 잠겨 말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학교 운영위원회도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초기에는 학교에서 내놓는 안건을 형식적으로 보고받고, 인준해주는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본분을 잊은 채 감투나 쓴 것처럼 으스대거나 잇속을 차릴 기회를 엿보는 운영위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얼마 전 부원중학교에서 마지막 운영위원 회의를 할 때의 일이다. ‘주 5일제 수업 시범학교’로 운영해보자는 안건이 올라왔다.
▽'주5일제 수업'채택 성과
일부 교사는 학생들이 사고를 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몇 학부모들은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라며 반대했지만 마라톤 토론 끝에 결국 통과됐다. 만장일치였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과 애향심도 기를 수 있고, 무엇보다 반나절만이라도 아이들을 공부에서 해방시켜주자며 환한 얼굴로 회의를 마쳤다.
학교 운영위원회가 제도권 공교육을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제도, 나아가 우리 교육의 미래를 밝게 만들 수 있는 주춧돌로 하루빨리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최정숙
△홍익대 미술대 대학원 졸업. 해반갤러리 원장.
△치과의사인 남편과의 사이에 딸(연세대 경영대 2년), 아들(인천고 3년)을 두고 있음.
△10년째 인천지역에서 문화운동. 최근 남편은 본격적으로 문화활동을 하기 위해 미학과 박사과정을 다니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