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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문화]"최루 영화에는 현실이 없다"--아시아여성영화포럼

입력 | 2001-04-18 17:24:00


온갖 고생과 불행을 꿋꿋하게 견뎌내는 주인공을 통해 관객의 눈물을 끌어내는 최루(催淚) 영화를 중국인들은 '쿠칭시(苦情戱)'라고 부른다.

중국 베이징대학 비교문학과 다이진후아 교수는 18일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린 아시아 여성영화포럼에서 최근 중국영화의 흐름을 '쿠칭시'로 진단하고 이러한 최루성 영화가 사회현실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적인 스타 공리가 실업 여성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쑨져우 감독의 '예쁜 엄마'가 쿠칭시 영화의 대표적인 예.

다이진후아 교수는 "이 영화는 중국이 자본화되면서 효율성이란 이름 아래 배출되는 실업 여성인 동시에 장애아를 둔 어머니를 그리고 있다"면서 "모성 때문에 스스로 퇴직한 하층계급 여성을 다루면서도 여성근로자의 퇴직이라는 사회현상을 소홀히 다루었다"고 평가했다.

다이진후아 교수는 지난 90년대의 아시아영화를 섬세하고 아름다운 중국의 역사영화와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성공한 이란영화로 정리하기도 했다.

또다른 발제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김소영 교수는 한국 여성영화가 지나온 길과 앞으로의 과제를 정리했다.

김교수는 "'자유부인', '미망인', '하녀'로 대표되는 한국여성영화는 남성과의 관계에 의해서만 여성의 위치가 설정될 수 있는 영화였다"면서 "이에 비해 여성들의 집단적인 삶에 초점을 맞추었던 '낮은 목소리'와 '낮은 목소리2'가 사회적인 반향을 얻음으로써 한국영화는 새길을 개척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5일부터 서울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3회 여성영화제의 한 프로그램으로 열린 이번 아시아 여성영화포럼에는 대만예술국립대학의 황위샨교수, 인도 사회문화연구소 테자스위니 니란자나 수석, 일본 야마가타영화제 코디네이터인 후지오카 아사코씨 등이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변재란, 김영옥, 김경욱, 변준희, 도성희씨등이 참여해 아시아여성영화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오는 22일까지 계속될 예정인 이번 영화제는 일부 표가 매진되는 등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제 관계자는 "'역사수업',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방랑자', '역사와 기억' 등의 영화가 좋은 평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안병률/ 동아닷컴기자mok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