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가속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미국 신경제의 추락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향후 추이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개별기업과 주식시장 자체 뿐만 아니라 주변 여건도 폭넓게 점검해야 한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신경제의 몰락과 구경제의 부흥’ 구도는 경제적인 분석 이외에 미국의 국내 정치적인 함수관계와 국제 정치적인 변수들도 큰 영향을 미치면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계량 분석’ 못지 않게 상상력이 가미된 진단도 중요하다.
▽신경제와 구경제의 역전현상〓시스코시스템즈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모토롤라 야후 등은 미국 신경제를 대표하는 종목들로 꼽힌다. 그런데 미국 부시대통령 취임 이후 이들 종목의 주가는 추락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 떨어지는 중이다.(그래프 참조)
반면 록히드마틴과 필립모리스 엑슨모빌 화이저 등 구경제를 선도하는 종목들의 주가는 모두 강한 하방 경직성을 자랑한다. 이중 항공기제작사인 록히드마틴과 담배제조업체 필립모리스는 상승추세까지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일부 분석가들은 부시대통령이 구경제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그 영향이 주식시장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진단한다. 한 전문가는 “부시대통령 취임으로 미국 정보기술(IT)산업은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극단론까지 제기했다.
▽IT산업 장기침체에 대비해야〓미국 주식시장 밖에서 불고 있는 정보기술 산업에 대한 역풍은 개별 기업의 실적악화와 맞물려 최악의 상황을 낳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단시일내에 회복되지 않는 장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여기에 미국이 지구촌의 분쟁을 대화로 조기 진화하기 보다는 힘으로 통제하려는 의도를 노출하면서 비IT산업의 수요는 반사적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과 같은 미국 외교의 근간이 지속되는 한 비IT산업 부흥요인은 커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미국 공화당출신 대통령이 집권하면 주가지수(S&P500지수)가 크게 하락했다는 과거의 통계도 눈길을 끈다.(표 참조) ‘아버지 부시’가 취임했을 때는 예외적으로 지수가 크게 올랐는데 그 때는 걸프전이라는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
교보증권 김석중이사는 “미국 공화당출신 대통령이 취임하면 지수가 떨어지는 현상을 놓고 정치적인 배경 때문이라는 견해와 10년 주기의 경기침체가 원인이라는 의견이 서로 맞서 있어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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