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들이 지나면서 흙먼지가 날리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주변 공사현장
《“공기를 마시는 건지, 먼지를 마시는건지….”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신축 공사장 일대. 새로 개통된 ‘월드컵 터널’(가칭) 주변의 속살을 드러낸 땅에서 미세 먼지가 자욱히 일어났다. 규정에 따라 먼지를 막는 가로막이 흙더미를 덮고 있었지만 센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18개 공사장이 몰려 있는 이 지역의 다른 공사 현장의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인근 망원동에 사는 주민 정외순씨(45)는 “공사장에서 나오는 흙먼지가 너무 심해 평소에도 밖에 나가기가 힘든데 요즘에는 황사까지 겹쳐 숨쉬기조차 겁난다”고 말했다.
화사한 봄철을 맞아 서울시에 ‘먼지 경계령’이 떨어졌다. 봄철을 맞아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로확장공사와 하천정비사업, 주택재개발사업 현장 등 각종 공사장에서 불어오는 흙먼지로 서울의 대기가 멍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수량이 평년의 30∼50%밖에 안될 정도로 건조한 데다가 61년 이래 최장기간을 기록하고 있는 사상 초유의 황사현상마저 가세한 요즘 서울은 ‘먼지 공화국’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인지 서울의 먼지오염도(TSP)는 90년 이후 줄어들다가 99년(㎥당 84㎍)부터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먼지오염도 측정대상이 먼지 전체가 아닌 유해먼지 중심으로 바뀌어 전체적인 먼지의 오염도(TSP)는 산출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지난해부터 심해진 황사와 생활먼지가 겹쳐 먼지오염도 수치는 크게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지의 진원지는 대형 공사장. 흙을 파내고 덮는 과정에서 많은 흙먼지가 발생한다.
현재 서울에서 지하 10m 이상, 지상 10층 이상 규모의 건축 공사장은 총 227개소에 이른다. 월드컵경기장처럼 단속의 손길이 미치는 대지 1000㎡ 이상의 공사장도 관리가 이처럼 부실하다. 1000㎡ 미만의 공사장은 아예 신고대상에서 빠져 ‘방치’돼 있는 상태.
특히 수년 동안 계속되는 주택재개발 사업 현장 주변의 시민들은 평상시에도 마스크 없이 다닐 수 없을 정도다.
가로수 아래나 차도의 중앙분리대 화단 흙먼지도 미세먼지의 또 다른 발원지다. 실제로 서울 시청앞 가로수와 주변 화단 이외에 인근 광화문역 일대만 해도 한 움큼씩만 남은 초록색 잔디 사이로 누런 흙이 드러나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환경운동연합 부설 시민환경연구소의 이인현 부소장은 “재개발 공사 현장 등 주택지역과 밀착된 곳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가 특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먼지는 각종 호흡기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외출 후 꼭 샤워를 하고 몸 속으로 들어온 먼지를 빨리 배출시키기 위해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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