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司法)’의 두 중추(中樞)인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에 대한 항소심 무죄판결과 이른바 ‘총풍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놓고 벌어진 법원과 검찰의 장외 설전은 국가의 근간과 관련된 사안이라 국민은 불안한 눈길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새로 집행부를 구성한 대한변호사협회도 대법원이 일선 판사들에게 배포한 ‘형사재판실무편람’에 대해 비난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등 법원과 변협간에도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법조 3륜(輪)’의 접전(接戰)현상에 대해 “공멸하는 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세 기관 사이의 적절한 긴장관계는 오히려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작동시켜 법조계 발전과 민주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정상적인 궤(軌)를 일탈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법원 대 검찰〓두 기관간의 갈등이 노골화되기 시작한 것은 98년 6월15일 서울 의정부지원이 ‘의정부 판사비리사건’과 관련, 경찰출신 브로커들에게 사례비를 주고 사건을 맡은 이순호(李順浩)변호사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죄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부터. 대검은 다음날 “판례와 현실을 무시한 자의적 판단”이라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법관이 내린 판결에 대해 한쪽 당사자에 불과한 검찰이 상소절차외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사법사상 유례없는 명백한 과오”라고 응수했다. 2000년 6월 대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2년 전 검찰의 반박이 옳았음이 입증됐으나 당시 검찰의 반박은 ‘대 사건’으로 취급됐다.
임지사 판결파동은 이보다 한층 더 컸다. 검찰은 1월 재판부가 임지사 사건에 대해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자 “재판부가 유죄가 확실한 사건에 대해 무죄 심증을 갖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곳곳에 판사가 너무 많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3일 검찰의 예상대로 알선수재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잘못됐음을 법정 안팎에서 지적했고 이에 반발한 검찰이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어 ‘판결에 대한 검사의 반박문 낭독’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감행’했다.
16일 ‘총풍사건’에 대한 검사의 반발은 검사 전용통신망에 글을 띄우는 형식을 취했으나 검사가 사전에 언론에 ‘반박문’을 배포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공개반발의 성격을 띠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싸움의 근원을 97년 영장실질심사제 파동과 검찰의 의정부 판사비리 사건 수사에서 찾기도 한다. 이전의 판검사 집단은 ‘입술과 이’의 관계에 비유될 정도로 동류의식이 강했으나 두 사건을 거치면서 이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는 분석.
그후 법원은 ‘옷로비의혹사건’ 1심 판결이나 ‘한빛은행 보증대출 외압사건’ 1심 판결에서처럼 판결문이나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지적해 왔고 이에 맞서 ‘우리도 법원이 잘못하면 할말은 한다’는 인식이 검찰내에서 확산돼왔다.
▽법조계 반응, 법학계 의견〓서울고법의 J판사는 “판결이 부당하면 상소하면 될 일이지 검사가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지검의 Y부장검사는 “국민은 법원과 검찰, 변협을 하나로 보는 만큼 한쪽이 신뢰를 잃으면 다른 쪽도 신뢰를 잃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지법의 K부장판사는 “검찰과 법원이 유착되면 안되고 적당한 긴장관계에 있는 것이 국민의 인권을 위해 바람직하다”며 “‘억울하면 상소하면 되지’라는 말은 과거의 말이고 정말 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 검사도 할말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검의 P부장검사도 “인간이 하는 일인만큼 서로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때는 해야 하고 이를 국민이 알 필요가 있다”며 “누군가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한다면 누군가는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울대 정종섭(鄭宗燮·헌법학)교수는 신중한 자세다. 그는 “우선 판결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내려져야 한다”고 전제한 뒤 “또 문제가 있으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kyle@donga.com
법원 검찰의 주요 갈등사례
쟁점
시기
법원주장
검찰주장
영장실질심사 시행 범위
97년1월부터
인권보호 위해 모든 피의자에게 실시해야
수사현실상 일부 피의자에게만 실시해야
영장실질심사관련 형소법 개정
97년11월
심사여부는 판사가 결정해야
심사여부는 본인과 가족이 결정해야
이순호 변호사 변호사법 위반
1심 무죄판결
98년6월
처벌에 필요한 법조항이 모호해 무죄
법규정 모호해도 법취지에 따라 처벌해야
임창열 경기지사 알선수재혐의 항소심 무죄판결
2001년4월
1억원 받았지만 청탁은 없어 무죄
본인의 시인 등 청탁 오간 증거 충분
‘총풍’ 3인방의 사전모의여부 항소심 판결
2001년4월
무력시위 요청했지만 사전모의는 없었다
관련자 자백 등 사전모의 증거 충분
법원 변협의 주요 갈등사례
쟁 점
시 기
법원주장
변협주장
변협의 대법원장후보 추천여부
99년8월
업자들이 감독 국가기관의 장을 뽑는 격
법관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변호사들이다
형사재판실무편람의 재판권 독립 침해여부
2001년3,4월
법관들이 재판에 참고하는 자료일뿐
가이드라인 제시하는 것이어서 사법권 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