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우 예미루(59)는 아홉살 때 부랑아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드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먹을 것을 찾아 거리로 나섰다. 함께 거리를 떠돌던 많은 아이들이 배우지도 못한 채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고 그는 “이대로는 안된다”고 결심했다.
독학으로 글을 깨우친 그는 14세 때 부랑아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됐다. 햇볕을 가려주는 커다란 떡갈나무 밑이 교실이었으며 흙바닥이 의자였다. 칠판조차 없었지만 초빙 교사들과 예미루씨는 열심히 글을 가르쳤다. 학교 갈 형편이 못되는 수많은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로부터 45년. 예미루씨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번듯한 학교 2개교를 세웠고 매년 1만여명의 가난한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부랑아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를 스웨덴의 ‘어린이 인권을 위한 세계 어린이상’ 재단(WCPRC)은 제2회 ‘세계 어린이상(WCP)’ 수상자로 결정했다. ‘어린이 노벨상’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상은 어린이 인권 보호를 위해 묵묵히 일해온 인물이나 단체에 주어진다.
18일 스웨덴 마리프레드에서 거행된 수상식에서 열렬한 아동인권론자인 실비아 왕비는 “가난한 어린이를 위해 평생 헌신해온 예미루 선생님의 노력에 깊이 감사한다”며 그를 칭송했다. 그는 상과 함께 상금 5만달러(6500만원)를 받았다. 명예상은 콜롬비아의 아동인권단체인 ‘어린이 평화운동(CPM)’과 인도의 ‘어린이 의회’ 등에 돌아갔다.
에티오피아는 가난한 탓에 교육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국민 3명 중 2명이 문맹. 예미루 학교의 학생 절반은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다. 예미루씨는 “학생의 대부분은 여자아이이며 부랑아도 많지만 학교에 갈 수 없는 가난한 집 아이도 많다”고 말했다. 예미루 학교는 학비를 받지 않는다.
세계 어린이상은 스웨덴 정부가 새천년을 맞아 특별히 기획한 것으로 스웨덴적십자사 등 8개 단체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각국 어린이 15명으로 된 선정위원회는 세계 각국 어린이가 E메일과 팩시밀리 등으로 추천한 후보 가운데 수상자를 뽑는다.
지난해 제1회 수상자는 95년 피살된 파키스탄의 12세 노동운동가 이크발 마시.
마시는 집안 빚 때문에 네살 때 카펫공장에 끌려간 뒤 5년간 노예처럼 일하다 92년 공장을 탈출해 노동운동가로 변신했다. 아동 노동력 착취 실태를 고발하던 그는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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