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미국투자자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보다 공격적으로 주식비중을 늘려야 할지 차익을 실현해야 할지 고민중이다.
전일 미국증시는 현행 5%인 연방기금금리를 4.5%로 0.5%포인트 인하한다는 FRB의 조치에 힘입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나스닥지수는 8.12% 상승하면서 2000포인트를 재탈환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3.91%씩 상승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인텔의 급등(21%)에 힘입어 14.8% 올랐다.
FRB가 오는 5월 15일 FOMC(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추가로 금리를 0.5%포인트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세계PC메모리 시장이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인텔의 발표에 힘입어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FRB의 추가금리인하로 미국경제가 '경착륙'은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매수에 적극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기업들의 실적악화가 추가 악재로 작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금리인하로 시중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술주의 거품이 상당부분 제거됐기 때문에 오히려 연초보다 유리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메릴린치증권이 낙관론을 주도했다.
수석 투자전략가인 크리스틴 캘리(Christine Callies)는 S&P500지수의 12개월목표치를 1570포인트로 제시하면서 주식투자비중을 늘리라고 주장했다. 전일 S&P500지수의 종가는 1238.16포인트. 20%이상 상승여력이 있는 셈이다. 이같은 판단아래 주식투자비중을 65%에서 70%로 늘리라고 권했다. 대신 채권투자비중을 30%에서 25%로 낮추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과 CSFB증권도 채권비중을 줄이고 주식투자비중을 늘리라고 주장했다. 기업실적 악화보다는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UBS워버그증권의 봅 해링턴(Bob Harrington) 트레이더도 "이번 금리인하로 다우지수가 한단계 상향조정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분간 다우지수가 10300포인트∼10800포인트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일 다우지수는 10615.83포인트로 마감했다.
낙관론이 득세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금리인하가 가계소비지출과 기업설비투자로 나타나려면 적어도 8개월에서 12개월은 걸린다며 당분간 미국기업들의 실적악화 발표가 잇따를 것으로 본다. 수익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식을 매수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9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웹캐피탈자산운용사의 대표인 디렉 웹(Derek Webb)은 "당분간 미국기업들의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주가도 여전히 고평가상태다"며 "수익성이 현저기 개선되기 전까지 매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코노미닷컴의 수석 이코니미스트 마이클 버트(Michael Burt)도 "FRB가 경착륙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뢰를 심어준 것은 긍정적이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번 금리인하가 미국기업들의 실적 악화추세를 전환시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전일 미국증시의 상승은 과잉반응이다"며 "내일 반드시 조정을 보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기업실적 악화지속이란 현실을 중시할 지 아니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베팅(Betting)할지는 전적으로 투자자들의 몫이다.
박영암 pya84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