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셰필드!"
'찬호 특급 도우미'로 한국 팬들에게 더 잘 알려진 셰필드의 7회 수비 하나가 박찬호의 3연승과 4월 개인 최다승(3승, 2000시즌)을 눈앞에서 날려버렸다.
7회초 4-2로 경기를 역전시키며 기분 좋게 마운드에 올라선 박찬호는 7회말 보비 에스테레야와 페드로 펠리스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긴 상태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마빈 버나드를 맞이했다.
볼 카운트 2-1에서 바깥쪽 체인지업을 받아친 마빈 버나드의 타구는 바람이 심한 탓에 생각보다 멀리 뻗어 나갔으나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볼. 하지만 볼은 좌익수 게리 셰필드의 글러브를 튕기며 뒤로 빠졌고 이닝이 끝날 상황이 2사 2루가 돼버렸다.
이 순간부터 마음을 가다듬지 못하고 흔들리기 시작한 박찬호는 2번타자 오릴리아에게 초구 몸쪽 직구볼을 던지다 좌월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4-4의 동점.
7회말 수비의 마지막이길 바라며 박찬호가 맞이한 타자는 전날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17번째로 500홈런을 기록하며 5게임 연속 홈런을 치고있던 배리 본즈. 이날은 박찬호의 구위에 눌려 앞선 3타석에서 삼진 포함 무안타에 그쳤으나 언제나 '한방'이 무서운 타자. 베리 본즈는 흔들리던 박찬호의 초구를 기다렸다는듯 장외로 날려버렸다.
오릴리아에 이은 랑데부홈런. 5-4가 되면서 박찬호는 결국 강판당해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셰필드의 허술한 수비실책 하나가 박찬호의 승리를 앗아가는 장면이었다.
3일 벌어졌던 밀워키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솔로홈런으로 박찬호에게 첫 승을 선사하고 14일 샌디에이고전에서도 3회 선제 2점홈런을 날리며 박찬호의 '특급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던 셰필드.
그러던 그가 7회초 공격에서는 쉽게 역전시킬 수 있던 분위기에 병살타를 치며 찬물을 끼얹었고 이어진 수비에서는 실책으로 박찬호에게 패전의 멍에를 씌웠다.
믿었던 셰필드에게 배반(?)당한 박찬호. 셰필드의 수비 실책 하나는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것 같은 아쉬운 경기였다.
한필환/동아닷컴 기자 feelhw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