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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세상]아! 남편들이여~

입력 | 2001-04-19 18:33:00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던 일요일 오전 11시. 회사원 L씨(32)는 아내(30), 딸(2)과 함께 서울 강북의 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옆 테이블에 앉은 30대 여성 두 명이 나누는 얘기가 귀에 들어왔다.

“남편이랑 요즘 각 방 써. 아무 불편 없는 거 있지.”

“남자친구 사귀는 거 남편이 눈치 못 챘니?”

“나, 완벽한 ‘배우’잖아.”

‘혹시 나도?’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귀가한 L씨. 사과 조각을 입에 넣어주는 딸에게 웃으며 말했다. “빨리 커서 아빠한테 맛있는 음식 많이 만들어줘야 해, 알았지? 예쁜 것.”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내가 소리쳤다. “웬 해괴망측한 얘기야. 아빠가 음식 만들어 줄 생각은 못할망정 받아먹을 생각을 해? 시대가 어떤 시댄데.”

기 죽은 L씨. 신세 한탄이나 해 볼까 하고 고교 동창생이 사는 이웃 아파트를 찾았다.

“마누라는 어디 가고 너 혼자 집보냐?”

“아침 일찍 PC방에 갔어.”

“PC방?”

“스트레스 때문에 못 살겠대. 그렇게라도 풀지 않으면 ‘사고’ 칠지 모른대.”

“…….”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