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의 어리숙한 조직원 제리(브래드 피트)는 멕시코에 가서 전설의 총 ‘멕시칸’을 찾아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명령을 거절 못하는 제리에게 화가 난 애인 샘(줄리아 로버츠)은 혼자 라스베가스에 가다 ‘멕시칸’을 노리는 킬러 르로이(제임스 갠돌피니)에게 납치된다.
총 한 자루 때문에 빚어지는 황당한 사건들을 그린 ‘멕시칸(The Mexican)’은 중간에 약간 썰렁해도 다 듣고나면 꽤 재치있는 농담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다. 엉뚱한 일들이 꼬리를 물지만 상황은 예측 가능하고 총에 얽힌 전설은 진부한 편. 그래도 키득키득 웃으며 따라가게 만드는 영화다.
흙먼지 날리는 멕시코의 벌판이 주요 배경이면서도 스타일은 세련됐다. 총에 얽힌 전설을 보여줄 때 직접 손으로 돌리는 활동사진 같이 표현한 촬영도 재치있다.
줄리아 로버츠와 브래드 피트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따로 나온다. 두 사람이 계속 함께 나오리라 기대한 팬들은 실망하겠지만, 이는 영화 전체를 위해 오히려 나은 선택.
이 영화의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인질 샘과 납치범 르로이의 기묘한 관계다. 함께 다니면서 사적인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하는 친구로 발전하는 둘의 대화는 영화에 독특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의 연기도 좋지만 르로이 역의 배우 제임스 갠돌피니가 없었다면 밋밋했을 듯. 15세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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