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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엔진' 단 아름다운 택시

입력 | 2001-04-20 01:37:00


일반인도 택시를 잡기 힘든 세상. 장애인들은 서글프다. 택시들이 장애인만 보면 줄줄이 피해가는 각박한 세상에 택시를 세워 눈과 발이 되어주는 운전기사의 선행은 분명 아름답다.

말끔하게 하늘색 정복을 차려입고 인천30바 9559호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최인환씨(50·인천 부평구 부평5동). 그는 18년동안 ‘장애인 무임승차’를 실천해왔다.

택시 앞 유리창 왼쪽 아래에는 ‘장애인 무임승차’라는 스티커가 한밤에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부착돼 있다.

최씨는 빈 차로 도로를 주행하다가 휠체어에 몸을 실은 장애인이나 지팡이에 의지해 서 있는 시각장애인을 발견하면 어김없이 택시를 세워 원하는 행선지까지 무료로 태워준다.

“주로 병원을 찾는 장애인이 많아요. 무료로 태워드린다고 하면 정말이냐고 꼭 확인을 하시죠. 예전에는 하루에도 서너분씩 됐는데 대중교통이 발달된 요즘에는 이틀에 한분 정도 모십니다.”

최씨가 장애인 무임승차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 83년부터.

육군 헌병대에서 하사관으로 복무하다 79년에 전역한 최씨는 4년간 개인사업을 벌이다 실패하고 택시회사에 취업, 운전대를 잡았다.

“비가 많이 내리던 날이었는데 길가에 서있던 장애인을 택시들이 줄줄이 피해가더라구요.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장애인을 태웠어요. 차를 타는 순간의 기뻐하는 얼굴은 정말 잊혀지지 않더군요.”

최씨는 개인택시를 몰게 된 89년부터는 장애인 무임승차를 알리는 스티커까지 붙이고 본격적으로 장애인 봉사를 실천하게 됐다. 최씨는 이때부터 장애인 만큼은 돈을 받지 말아야 겠다고 결심했다.

“4년전에는 건설현장에서 허리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한 장애인을 2주에 한번꼴로 8개월간 병원까지 모셔드렸죠. 그 분과는 형, 동생 하면서 시시콜콜한 애기를 나누며 지금까지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

최씨는 지방 운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방을 갈때면 하루 일당이 날아가는 셈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최씨는 “장애인들이 택시를 타면 웃음꽃을 피운다”며 “그 웃음이 계속될 수 있도록 평생 장애인의 눈과 발이 되겠다”고 말했다.

jangk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