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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 섹스파일]병적인 집착, 죽은 자와의 사랑

입력 | 2001-04-20 10:23:00


세상에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섹스와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사체와 섹스를 나누거나, 또는 그런 사체에 사랑을 느끼는 증상들이다. 이런 증상은 몇 편의 영화를 통해 이제 우리에게 그리 낯선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집착과 편견에서 비롯한 이러한 이야기들의 실례를 듣고 나면 끔찍함을 넘어서 공포스러움까지 느낀다.

일명 ‘네크로필리아’(사체를 통해서 성적 쾌감을 얻는 증상)라는 변태적 사건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19세기 초에 일어난 ‘베라 렌치 사건’이다. 그녀는 독점욕이 강하면서도 한 남자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타입이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남편이던 사람이 하나둘 없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남편의 행방을 물으면 그녀는 ‘그냥 바람을 피워서 다른 여자랑 사라졌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러기를 3, 4번. ‘사라진 남편’ 중 한 명이 지역의 유명 인사였다고 한다. 따라서 당연히 남편의 집안에서는 실종신고를 냈고, 그녀는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었다.

경찰이 그녀의 집안을 수색한 결과 전율을 느낄 만큼의 충격적인 현장이 발견되었다. 그녀의 집 지하실에는 무려 35개에 이르는 관이 있었고, 하나하나에는 희생자의 이름과 나이가 적혀 있었다. 그간 그녀를 거쳐간 남자의 관이 무려 34개. 거기에는 심지어 그녀 아들의 관까지 있었던 것.

경찰의 추궁에 그녀는 ‘나를 안은 남자들이 다른 여자를 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견딜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들을 죽인 이유에 대해서도 ‘나이가 들면 다른 여자에게 갈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밤이면 지하실로 내려가 촛불을 들고 관 뚜껑을 하나하나 열어보면서 그간 모았던(?) 사체들을 감상하며 성적인 쾌감을 즐겼다고 한다. 사실 이 정도면 변태고 뭐고를 떠나서 심한 ‘정신이상’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 네크로필리아는 흔한 증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증상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감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지나친, 심지어는 병적인 집착이 그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 대상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들도 모두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라 답한다고 한다.

사랑에서든, 섹스에서든 때로는 지나친 집착을 버리고 사는 것도 지혜로운 삶의 방식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