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아시아 침략전쟁을 노골적으로 미화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주민들이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시카와(石川)현 가나자와(金澤)시의 한 공원에 지난해 8월 일제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대형기념비가 건립됐다. 참전자와 우익단체가 세운 높이 12m의 '대동아성전대비(大東亞聖戰大碑)'로 태평양전쟁을 노골적으로 미화하고 있다.
비석이 세워진 곳이 처음에는 사유지로 알려졌으나 최근 공원용지란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민들이 현에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쓰루조노 유타카(鶴園裕)가나가와대 교수 등은 10일 '대동아성전대비의 철거를 요구하고 전쟁미화를 허용하지 않는 이시카와현민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현청에 보낸 서한을 통해 "우리는 이 비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면서 "현은 책임지고 이 비를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이 비는 한국 중국과의 평화우호에 걸림돌이 된다"며 "현은 앞으로 이웃국가와의 친선을 고려해서 행정을 펼쳐 나가라"고 촉구했다.
현청이 비석 건립허가를 내 준 사실도 확인됐다. 당초 비석이 사유지인 호국신사 경내에 세워져 현청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알려졌으나 현이 신사로부터 임대해 혼다의 모리(本多の森) 공원용지로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비 건립위원회가 현청에 부지사용신청을 냈고 현은 신청당일 허가를 내준 사실도 밝혀졌다.
시민단체는 "비의 내용을 알면서도 건립허가를 내준 현의 역사인식이 한심하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현청은 "공원용지는 기념비를 세울 수 있는 장소이므로 건립허가를 해주었을 뿐이며 비의 내용에 관해서는 따지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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