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문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1면에 과감하게 컬러와 그래픽을 쓰기 시작했을 때, 다른 신문들은 신문의 격을 떨어뜨리는 편집이라고 비웃었다. 어떤 사람들은 '신문판 맥도널드 햄버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짧은 기사와 화려한 색깔의 도표, 간결한 편집, 그래픽과 일러스트레이션에 할애한 과감한 지면 등 '유에스에이 투데이'의 새로운 시도는 권위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존 신문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편집이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았다.
신문 지면에서 그래픽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그림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있는 정보를 담을 때 더 빛이 난다. 독자들이 읽기 쉽게 정보를 재가공해서 제공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그래픽은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된다. 특히 경제 뉴스나 과학 분야의 새로운 지식, 국제 뉴스 등을 전할 때 복잡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제 뉴스의 경우 이벤트 중심의 보도에서 벗어나서 이슈 중심의 보도를 시도할 때는 그래픽을 사용해서 독자의 이해를 더 높일 수 있다.
동아일보의 편집에서는 이러한 과감한 그래픽 사용이 돋보인다. 16일자 A24면 '메트로'의 '마라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기사에서는 마라톤이 왜 좋은지, 직장인들이 어떻게 마라톤을 즐길 수 있는지, 아마추어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 일정 등을 간결한 그래픽으로 처리해 친절하게 정리 요약해 주고 있다. 19일자 A27면 '사이언스'의 '칩 속에 화학공장을 짓는다'도 화합물을 생산하는 꿈의 미니 공장을 소개하는 과학기사에서 그래픽으로 이해를 도왔다.
19일자 B1면 '머니 & 라이프'의 '예금금리 U턴'과 '지나친 저금리 일본식 장기불황 초래'기사나 16일자 B1면 '자동차 보험료 자율화=값 올리기?'기사에서도 과감한 컬러 그래픽으로 전체 기사의 핵심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17일자 A21면에 보도된 '교통문화도 월드컵 시대- 도로위 희생 책임지는 사람 없다'는 기사는 한국과 일본의 교통사고 추이 비교를 도표와 그래픽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조금 더 주문하자면, 도표의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오도록 정리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이라는 점을 감안한면, 이 기사에 첨부된 도표를 보고 독자들이 양국의 교통사고율 변화 추세를 쉽게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그래픽의 사용은 영상 세대에 대한 서비스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림이나 그래픽이 기사 내용을 더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요약해 이해를 돕는 데 사용되지 못한다면 오히려 귀중한 지면을 낭비하게 된다. 인물 사진 옆에 별로 상징적인 의미도 없는 캐리커처를 싣는 것은 중복투자 일 뿐, 기사 내용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못되는데 '그림을 위한 그' 을 크게 싣는 것은 지면 낭비인 듯하다.
강미은(숙명여대 교수·언론정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