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국가 유공자로 예우해주는 내용의 민주화유공자 예우법안 처리 문제가 4월 임시국회의 핵심 쟁점으로 등장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국정조사를 제외한 한나라당의 다른 요구를 긍정 검토하겠다는 생각이나,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6·25전쟁 참전자 등 기존 국가유공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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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번복 소동〓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19일 회의를 마친 뒤 “법안에 여야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위의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의원은 20일 아침 “23일 정무위 전체회의를 열어 토론을 하기로 했을 뿐 법안에 합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측은 소위에서 국회 전문위원과 국가보훈처가 마련한 수정안을 놓고, 기존의 5·18 보상법에 따른 중복 지원을 없애는 등 일부 조항 수정 작업까지 했는데도 뒤늦게 다른 소리를 한다며 발끈했다.
국가유공자와 광주민주화유공자 보상 비교표
국가유공자
5·18광주민주화유공관련자
전몰군경미망인
4616만3000원
사망자유족
1억1000만원
상이군경
상3급
9914만1000원
부상자
5400만원
상6급2항
4514만4000원
구금자
1700만원
기간
52∼99년
기간
90∼98년
▽여야 입장〓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서두르는 것은 5·18 기념식 전에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의 숙원을 풀어줘야 한다는 당 안팎의 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이 법안의 핵심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국가적 가치를 지키는데 헌신한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라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지 특혜나 단순한 물적 시혜에 있는 게 아니다”며 법안 처리를 강력히 희망했다.
반면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참전 군인이나 고엽제 단체측의 불만을 의식해 법안 처리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법안을 처리하려면 기존 국가 유공자에 대한 혜택 수준도 높이고, 국가 유공자 인정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임진출(林鎭出) 의원은 “민주당은 대통령 지시라며 법안만 처리해주면 현대 사태 관련 증인들을 다 불러도 좋다고 하지만, 형평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협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국고엽제상이자회’의 장을기(張乙基) 회장은 “정부가 민주 유공자들에게 기울이는 정성만큼 기존 국가 유공자들에게 관심을 보여 최소 생활이라도 보장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5·18기념재단 윤영규(尹永奎)이사장은 “이 법안은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역사적 평가의 마무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중장기 계획으로 국가유공자의 개념 속에 ‘민주수호’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공자와 민주유공자의 개념과 법체계, 소관기관을 통합시켜 형평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다.
swpark@donga.com
▼5·18 민주유공자 예우법안(가칭) 요지▼
법 적용 대상자는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받은 자로 한다. 유공자와 그 유가족에 대해 교육지원, 취업지원, 의료지원, 대부, 양로지원, 양육지원 및 기타 지원을 실시한다. 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각종 기념 추모사업을 실시하며 국립 5·18묘지를 설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