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안다는 것/아모스 오즈 지음/최창모 옮김/346쪽, 8500원/열린책들
‘알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야다’는 ‘성관계를 갖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야다’라는 제목을 가진 영화의 제작설명회 자료를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사람을 안다는 것, 특히 이성을 안다는 것에는 얼마나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는가. 예컨대 사람들은 배우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비밀, 과거, 열정, 내밀한 그의 아픔까지도 알고 있는가.
아모스 오즈는 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스라엘 작가. 새로 번역되어 나온 소설의 제목이 바로 ‘여자를 안다는 것(To Know a Woman)’이다.
주인공 요엘은 이스라엘의 기관원. 군 작전 중 과수원에서 마주친 연상의 여인과 격렬한 결합을 가진 뒤 결혼하지만 결혼생활의 대부분을 첩보활동으로 보내 집을 비운다. 어느날 그가 출장 간 사이 아내는 감전사고로 이웃 남자와 함께 죽는다. 죽은 두 사람은 연인관계였던가? 희미한 암시가 있을 뿐 아무것도 뚜렷한 것은 없다.
사건 후 은퇴한 요엘은 간질병을 앓고 있는 딸을 돌보며 죄책감을 보상받으려 하지만, 딸과의 관계는 진심이 흐르지 않고 계속 겉돌기만 한다. 어느 날 옛 상관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지만 거부하고, 그 결과 옛 동료가 죽자 그는 또다른 죄책감으로 시달린다. 죽은 동료의 아버지를 찾아간 그는 ‘반역자’라는 욕설을 들으면서 자신의 짐을 벗으려 한다….
왜 주인공은 첩보원으로 설정되었을까? 그것은 ‘사람에 대해 수많은 사실을 수집하면서도 개개인의 본질에는 다가설 수 없는’ 인간관계의 풍자로 보인다. 주인공은 봉사하고 저주를 받음으로써 자신에게 드리워진 죄책감을 뛰어넘으려 하지만, 죄책감의 대상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죄책감이란 의미 없는 반성의 반복일 뿐이다.
‘요엘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특히나 가까운 사람들은 얼마나 서로를 알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이제 특히 절박한 문제가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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