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대우자동차 노조원에 대한 과잉진압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경찰대 총동문회가 성명을 낸 것은 잘못된 집단행동이다.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의 경질설이 나도는 가운데 그를 옹호하면서 과잉진압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경찰 흔들기’로 인식하는 듯한 표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성명 발표는 사태의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경찰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생각한다. 또 경찰내 엘리트를 자처하는 경찰대 동문회 이름으로 성명을 냄으로써 조직 내부의 분파현상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동문회는 성명 머리에 “과도한 물리력 행사에 대한 국민의 질타와 염려를 겸허히 수용,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적 문맥은 반성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곧 이어 “사회전반의 ‘경찰 흔들기’는 일선 근무자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밝혀 과잉진압에 대한 비판이 ‘경찰 흔들기’ 차원이라는 인식에서 성명을 낸 것임을 드러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힌 부분이다. 국민의 공분을 산 폭력진압과 관련한 경찰 책임자의 퇴진 요구는 민주사회에선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주장인데도 그것을 ‘정략’이라고 몰아세우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을 중심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니 청장을 건드리지 말라는 압력을 넣은 것과 진배없다.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도 대우사태의 해결을 위해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 등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판에 현직 경찰간부들이 특정 학맥으로 뭉쳐 상관을 옹호하고 나섰으니 이야말로 ‘정략’이 아닌지 모르겠다.
경찰 안팎에는 이번 사태로 경찰총수를 경질하면 경찰 사기가 떨어지고 불법시위 진압도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경찰이 끼리끼리 뭉쳐 조직적으로 여론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앞서 경찰마저 집단행동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관철하려 든다면 공권력의 영(令)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군(軍)과 함께 기강이 생명인 경찰에서 사조직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 경찰청장은 대우노조원 폭력 진압에 대한 것과는 별도로 경찰대 동문회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입장 표명을 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