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한 과학
토머스 루이스 외 지음/김한영 옮김
378쪽 1만3000원/사이언스북스
“사랑은 신경계의 활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랑은 물리적 세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분명히 법칙적이다. 이 세계의 수많은 현상들처럼 사랑도 불변의 원리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에, 그 원리를 발견한다면 사랑을 설명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SF) 의과대학의 정신의학 담당 전 현직 교수인 세 명의 저자들은 신경발달이론, 진화이론, 정신약리학, 신생아학, 실험심리학, 컴퓨터과학 등 최신 과학의 성과를 이용해 사랑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 이들은 “과학이 사랑의 내면적 작용들을 깊이 있게 해명할 수 있다”고 말할 만큼 과학에 확신을 갖고 사랑의 문제에 접근한다.
저자들은 특히 파충류와 달리 포유류의 뇌에만 있는 ‘대뇌 변연계(大腦 邊緣系·limbic brain)’에 주목한다. 인간에게 특히 발달한 대뇌의 ‘신피질’이 이성적 능력을 담당하는 데 비해, 포유류에 공통적인 대뇌 변연계는 타자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감성을 담당한다.
인간은 스스로를 ‘이성적 동물’이라고 자부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두뇌의 구조상 인간의 감성 활동은 이성을 능가하도록 돼 있다. 이성적 판단에 의해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는 있지만, 이유 없이 어떤 상대에게 사랑이나 친밀감 또는 막연한 이질감을 느끼는 등의 감성 활동은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대뇌 변연계는 항상 타자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어떤 상대와 만나는가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어린 시절에 어떤 성품의 어머니와 만나는가는 성격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서 사랑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신체적 생리 구조상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랑은 우리의 기분을 결정하고, 신체 리듬에 영향을 주고, 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호간에 대뇌 변연계의 교정을 통해 서로를 변화시킨다. 우리의 정체성은 이렇게 필연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저자들은 결국 우리의 미래가 현재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가에 의해 좌우됨을 과학의 성과를 빌어 재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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