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리더의 조건
피터 드러커 지음/이재규 옮김
410쪽 1만3000원/청림출판
‘경영의 구루’라고 칭송 받는 드러커 교수는 언제나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정확히 지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글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이유도 항상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을 통해 경영자들의 고정 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리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드러커는 기업 경영의 과제와 경영자의 역할이라는 기본적인 문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기업의 목적은 마케팅과 혁신을 통해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경영은 그 성격상 언제나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드러커의 주장이다. 물론 기업 경영에는 조직 내부를 관리하는 역량도 필요하다. 그러나 내부 관리는 기업가적 목표가 수립된 뒤에야 수행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자 본연의 임무는 주주의 자산을 단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경제적 만족을 창출하는 혁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때 혁신이란 발명처럼 기술 혁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술을 수반하지 않는 혁신이라도 기술 혁신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드러커는 강조한다. 결국 경영자는 혁신이 엔지니어링이나 연구 개발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업의 모든 부문과 활동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 위기의 본질에 대한 드러커의 견해도 명쾌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초일류 기업이었던 회사가 갑자기 정체와 부진으로 심한 고초를 겪는다. 최근 거대 기업의 잇단 몰락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기업들도 많다. 문제는 이런 모든 위기의 근본 원인이 일을 잘못 수행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릇된 일을 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올바른 일을 제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다운사이징, 전 사적 품질경영, 벤치마킹, 리엔지니어링 등 최근까지 유행한 다양한 경영 기법들이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도 이들 기법들이 일을 수행하는 다른 방법을 제시했을 뿐,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드러커는 기업의 이익 창출에 관련된 제반 가정, 즉 기업 이론(business theory)이 더 이상 현실에 부합되지 않으므로 이를 바꾸는 것이 위기 극복을 위한 최선책이라고 진단한다.
드러커가 주장하는 기업 이론이란 조직의 환경에 대한 가정, 조직의 구체적인 사명에 대한 가정, 조직의 사명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핵심 역량에 대한 가정 등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GM, AT&T, IBM, Siemens, Hitachi 등 일류 기업들이 위기를 맞이한 것도 회사 설립 초기의 기업 이론을 고수하면서 미봉책을 통해 땜질식으로 대책을 강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환경 변화로 인해 반드시 진부해지는 기업 이론을 재조명하고, 전략 및 관행을 효과적으로 혁신하는 작업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의 경영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이 책의 5장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동현 (가톨릭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