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향기는 꽃이 뀐 방귀냄새?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한 아이가 방귀를 뀌었다고 생각해보자. 아이들이 과연 가만있을까? 누군가는 코를 붙잡고 얼굴을 찡그릴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상대방을 놀리며 교실을 헤집고 다닐 것이다. 얼핏 어수선한 교실 풍경이지만 그 모습은 결코 기분 나쁘지 않다. 아이들의 해맑은 동심 덕분에 오히려 싱그럽고 유쾌할 것이다.
이 그림동화가 그렇다. 방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초등학교 교실 이야기.
주인공 테츠오는 1학년3반의 유명한 개구쟁이. 어느 날 수업 시간에 친구 요코가 ‘뽀옹’ 하고 방귀를 뀐다. 테츠오가 가만있을 리 없다. 선생님께 일러바친 것이다. 테츠오는 선생님이 요코를 혼내 주길 바랬으니까.
그런데 테츠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선생님이 요코 편을 들어주시는 것 아닌가. 선생님 말씀, “방귀는 건강의 증거란다.”
다른 친구가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엘리베이터 안에 있을 때나, 밥 먹을 때 방귀를 뀌면 안되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사람은 자명종 시계처럼 정확할 수 없단다. 내 맘과 관계없이 방귀가 나오니까. 살아있는 모든 것은 방귀를 낀단다. ”
그래도 테츠오는 서운하다. 내가 방귀를 끼었을 땐 호되게 꿀밤을 주시더니.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방귀 이야기를 하나둘 털어놓았다. 고양이가 방귀 뀐 얘기, 엄마가 방귀 뀐 얘기 등. 교실은 아이들의 폭소로 가득찼다.
그 때 나비 한 마리가 교실 안으로 날아들었다. 요코를 바라보며 테츠오가 쓱 던지는 말. “나비도 방귀 끼나 보지.” 하하하, 교실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수업이 끝나고 테츠오와 요코는 방귀에 대해 시를 지었다.
‘어제 아침 조회시간에/교장선생님의/긴긴 얘기를 듣고 있는데/방귀가 나왔다/엉덩이도 심심했나 보다’(테츠오의 ‘방귀 조회’)
‘선생님은 살아 있는 것은/모두 방귀를 뀐다고 했다/그렇다면 풀이나 나무나/꽃도 방귀를 뀔까?/물푸레나무의 맛있는/꽃향기는 꽃이 뀐/방귀 냄새일까?’(요코의 ‘꽃 방귀’)
방귀 하나가 이렇게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다니.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놓치기 쉬운 소재인 방귀. 그러나 그 덕분에 이 동화의 이야기가 더욱 친숙하고 편안하다. 사실적으로 묘사한 1학년 교실 풍경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읽는 사람을 기분좋게 한다. 읽다보면 끝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다. 만화 같아 보이는 편안하고 친숙한 그림이 이 책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준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후쿠다 이와오 글 그림 김난주 옮김, 32쪽 7500원 아이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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