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cm가 넘는 키, 130kg가 넘는 거구. 통 넓은 연주복을 입으면 원색 천을 두르고 전장(戰場)을 호령하는 마사이족 전사 같다.
미국이 자랑하는 대형 흑인 소프라노 제시 노만(56). 그가 처음 한국 무대를 찾아온다. 28일 오후 7시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미국에는 현역 ‘3대 흑인 디바’가 있다. 원래 여신을 뜻하는 ‘디바’란 오페라 무대에서 신처럼 군림하는 주역 소프라노를 일컫는 말.
그 중에서도 노만은 독특하다. 캐슬린 배틀, 바바라 핸드릭스 등 다른 두사람은 요정과 같이 예쁘장한 노래를 들려준다. 무대 뒷면으로 돌아나오는 독특한 공명과 은은한 음색에서도 둘은 닮아있다.
그러나 노만은 전혀 다르다. 풍성한 음량, 때로 앨토의 음높이를 오가는 묵직한 공명점, 폭발적 분노에서부터 한없이 여린 아픔까지를 표현하는 다채로운 표현력이 그의 노래를 수놓는다. 그래서 ‘대형’이라는 수식어는 유독 그에게 잘 어울린다. 60년대를 수놓은 선배 흑인 소프라노 레온타인 프라이스와도 비슷한 풍모다.
노만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출생,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신동으로 불리며 지역사회의 전폭적 지원 아래 성장했다. 피바디음대와 미시건대를 졸업한 뒤 뮌헨 국제성악콩쿠르에 우승하며 세계무대에 모습을 나타냈다.
모차르트에서 바그너에 이르는 폭넓은 오페라 배역, 독일가곡에서 프랑스 가곡에 이르는 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과 런던 코벤트가든 등의 무대를 오가며 폭넓은 음반작업으로 그라머폰상, 그래미상 등도 휩쓴 그는 이제 미국 흑인의 연인이 아닌 세계인의 연인으로 불린다.
내한공연에서 그는 ‘물레잣는 그레첸’ ‘마왕’ 등 슈베르트 가곡과 ‘몽파르나스’ 등 풀랑크 가곡, ‘그대의 푸른 눈’ 등 리햐르트 시트라우스 가곡을 노래한다. 피아니스트 마크 마커엄이 반주를 맡는다. 4만∼12만원. 02―580―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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