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작곡가는 좋은 지휘자가 될 수 있을까?”
최근 영국 작곡가 제임스 맥밀란(42·사진)이 스웨덴에서 열린 스코틀랜드 체임버 오케스트라(SCO) 연주회를 지휘, 참담한 실패를 맛보면서 ‘지휘와 작곡의 관계’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맥밀란과 SCO는 최근 스톡홀름을 비롯한 스웨덴 곳곳에서 자신의 교향곡 2번과 스트라빈스키, 시벨리우스, 본 윌리엄즈 등의 작품을 연주했다. 문제는 관객들이 악단의 형편없는 연주에 어리둥절했을 뿐 아니라 단원들마저 맥밀란의 지휘에 공공연히 울분을 토로했던 것.
한 단원은 “차라리 지휘자 없이 우리끼리 신경써서 앙상블을 맞췄으면 훨씬 연주가 좋았을 것”이라며 화를 냈다. 다른 단원은 “이번 순회연주는 우리 악단의 스웨덴 데뷔연주다. 이런 중요한 콘서트를 망쳐놓았으니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맥밀란은 칸타타 ‘오라 임마누엘’, 타악기 연주자 이블린 글레니를 위한 ‘타악기 협주곡’등으로 좋은 평판을 듣고 있는 작곡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 유수의 교향악단들을 지휘하기도 했지만 자기 작품 이외의 공연에서는 신통치 못한 평판을 들었다.
음악계에서는 ‘좋은 지휘와 작곡은 별개의 자질에서 나온다’라는 것이 통설. 작곡가는 오케스트라 음색의 다양한 변화를 잘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혼자 고독하게 작업해온 탓에 여러 인원을 통솔하는 지휘 작업에 서툴 수 있다.
그러나 음악사에서는 여러 ‘지휘 겸업 작곡가’를 확인할 수 있다.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거장 멘델스존은 오늘날 지휘자의 기능을 정립시킨 인물로 꼽힌다. 말러는 지휘자로 대부분의 수입을 버는 ‘주말 작곡가’였지만 오늘날 대작곡가로 추앙받는다.
20세기 들어서는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브리튼 등이 자신의 작품을 지휘해 음반으로 내놓았지만 이 음반들은 ‘참고용 음반’으로 대우받을 뿐 ‘명반’으로 대접받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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