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가치관등 평가 '나만의 미래' 선택
“좀더 일찍 이런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모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로지도 강의할 때 만난 S양(16)의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였다. S양은 서울의 한 외국어고에 다니다 자퇴했다. 적성검사에서 의약학계열이 적성에 맞다고 나온 것. S양의 어머니는 컴퓨터로 해석된 적성검사 결과만을 믿고 문과 계열인 외국어고에서 딸을 자퇴시켰다.
S양도 어머니가 권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자퇴하고 의대 진학을 위해 공부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대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어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져 마음에 갈등이 많았다.
S양의 어머니는 딸이 원하는대로 하자니 적성검사 결과가 마음에 걸렸다. S양 어머니가 일찍 상담실을 찾았다면 적성검사 결과가 100% 맞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진로를 선택할 때 적성 이외에 흥미 성격 가치 신체여건 성취수준 등 다른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상담실에 간다면 무슨 큰 ‘문제’가 있는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혼자 고민하다 끝내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성장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어릴 적 고민은 성인이 돼서 되돌아 보면 정말 사소한 것일 수 있다. 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바로 이같은 고민을 푸는 하나의 방법이다.
정상적인 사람일수록 자신의 성장을 위해 발달 단계마다 해결할 문제를 갖고 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상담자는 바로 이같은 정상적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더욱 건강하고 힘을 낼 수 있도록.
진로 상담은 취업이나 경력 전환 및 개발을 꾀하는 성인들은 물론이고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에게 더욱 필요하다.
S양의 어머니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생 동안 평균적으로 5.5회 직업을 바꾼다는 연구결과에 대해, 그리고 S양이 의예과와 어문계열 학과로 진학했을 때 예측되는 각각의 상황에 대해 4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와 대화를 나눠 봐야겠지만 멀리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까지는 과거와 현재만 생각하며 후회하고 있었거든요.”
S양의 어머니는 부모의 판단과 행동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자녀의 미래 생활에 초점을 맞춰 자녀의 진로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듯했다.
은혜경(한국직업능력개발원 상담원)
eunhk@kriv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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