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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패트롤] 소리바다, '인터넷해적인가,정보공유의 장인가'

입력 | 2001-04-23 09:16:00


소리바다는 도대체 ‘인터넷 해적질의 온상’일까 ‘순수한 정보 공유의 장’일까?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진보넷의 소리바다 관련 페이지(freeinternet.jinbo.net)에서 ‘소리바다를 통한 파일교환, 해적질인가 정보공유인가?’를 주제로 온라인토론회가 열려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양정환 소리바다운영자, 공유적지적재산권모임 IPleft 남희섭 변리사, 이은우 법무법인 지평 소속 변호사 등 8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 토론회는 P2P(개인간파일공유)사이트인 소리바다에 관련된 몇 가지 주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게시판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토론회에서 문제의 핵심에 서 있는 소리바다 운영자 양정환씨는 “사용자의 권리가 있으면 개발자의 권리도 있다”며 지적재산권을 반대하는 카피레프트(Copyleft)적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음악 창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소리바다 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지 말라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체로 정보공유입장을 지지해온 진보넷이 주최한 토론회답게 패널들은 대부분 현재 지적재산권이 창작자들에게 너무 심한 독점적 지위를 부여해 정보공유 등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나타냈다.

공유지적재산권모임 IPleft 남희섭 변리사는 “기존 지적재산권을 사이버스페이스에 적용해 저작자의 권리만 강조한다면 이는 결국 인터넷 감시 수단이 될 뿐이다”며 “법률적 시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 중심의 지적재산권이 아닌 사회의 여러 분야를 포괄하는 시각으로 ‘소리바다’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은우 변호사는 “지적소유권제도는 발명자에게 이익을 주는 등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너무 심한 독점적 지위를 주고 있다”며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 제도가 독점을 보호하는 요소를 줄이고 정보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우지숙 서울여대 정보영상학부 교수는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터넷 세상의 기술적 환경을 기존 지적재산권이 방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저작권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소리바다에 지적재산권 침해로 소송을 건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정부는 현 지적재산권에 대해 다소 수세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임학연 인터넷 담당자는 “소리바다측도 저작권침해에 대해 인정해 현재 우리와 협의 중이다”며 “소리바다뿐만 아니라 유사 사이트도 유료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연구 실장은 “인터넷은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일 뿐이지 이것 때문에 지적재산권 사상이 바뀔 수는 없다”며 “문화예술, 학문, 산업의 발전을 지적재산권이 지켜주는 이상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에서 적절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토론을 지켜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소리바다를 유지해야 하고 유료화를 하더라도 사용자가 공감하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재형이라는 네티즌은 “파일공유의 유용성과 필요성에 패널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며 “다만 MP3파일을 많이 쓰는 10대와 20대들의 의견이 이 문제에 소극적인 정부 당국의 의사 결정에 반영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jin이라는 ID를 쓰는 네티즌은 “가수들 음반에 있는 노래가 다 좋은 것은 아닌데도 앨범을 사야 하는 부당함을 MP3가 해결해준다”며 “음반협회와 협의해 양심적인 수준에서 소리바다가 유료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희웅heewo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