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많은 학부모들이 조기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조기교육 열풍으로 우리 사회가 그만큼 발전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작용만 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강제적인 교육 때문에 뇌를 과도하게 혹사당한 아이는 감정과 본능의 뇌가 억눌려 정서적으로 메마르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비정상적인 통로를 통해 감정적 충족감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요즘 청소년 비행이 증가하고 있다. 학교나 가정에서는 청소년 비행에 대해 처벌 이외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은 이런 교육에 견디지 못하고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모든 일상 활동은 전적으로 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뇌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공부하는 능력(지능)과 성격도 다르다. 즉, ‘공부하는 주체는 뇌’이며 ‘나는 뇌인 것이다(I am the brain)’. 따라서 교육은 뇌에 맞춰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뇌의 무게는 성인의 뇌 무게의 25%에 불과하다. 또 한꺼번에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따라 부위별로 발달한다. 다시 말해서 아이들의 뇌는 아직 각 부위가 성숙되지 않아 회로가 엉성하게 연결되어 있다. 전선이 엉성하거나 가늘게 연결되어 있을 때 과도한 전류가 흐르면 과부하 때문에 불이 나는 것처럼 신경세포 사이의 회로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는데도 과도한 조기교육을 시키면 뇌에 불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과잉학습장애 증후군이나 각종 스트레스 증세가 나타나며 결과적으로 뇌의 발달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뇌는 나이에 따라 각 부위가 순차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위별 발달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교육, 다시 말해서 적기(適期) 교육이 가장 좋다.
우리의 조기교육은 초등학교 때 배울 내용을 유치원 시기에 가르치는 식으로 몇 년 앞당기는 것을 최상의 목표로 삼는다. 따라서 교육 효과는 별로 얻지 못하고 많은 재정적 낭비와 부작용만 초래한다.
태어나서 3세가 될 때까지는 전체 뇌의 기본 골격과 회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5감(五感)을 통한 고른 자극이 필수적이다. 이 시기에 시각이나 청각을 통한 한 가지 자극만 주면서 교육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이후 6세까지는 종합적 사고와 인간성, 도덕성 기능을 담당하는 앞뇌인 전두엽이 발달하며 다시 12세까지는 측두엽이 성숙하게 된다. 따라서 6세 이전에 측두엽의 기능인 영어 교육에 과도한 노력을 기울이면 덜 성숙된 언어중추가 쉽게 지쳐 교육 효과는 얻지 못하고 영어에 대한 혐오감 같은 부작용만 낳게 된다. 영어 교육은 초등학교 시기에 적절히 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 요컨대 뇌 발달에 맞는 단계별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조기교육 열풍은 뇌의 발달에 맞지 않는 무모한 교육으로 소중한 자녀의 뇌 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보다 해를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서 유 헌(서울대 의대 교수·한국뇌신경과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