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영화의 교류가 한창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박상연의 소설 ‘DMZ’를 영화화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영화가 소설에서 소재를 구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영화보다 문학 진영쪽에서 스크린 진출에 더욱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출간된 이대환의 장편소설 ‘슬로우 불릿’(실천문학사)은 내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화가 추진되고 있다. ‘슬로우 불릿’은 대를 이어 고엽제 후유증을 겪는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출간 전인 지난해말 한 영화사가 관심을 보여 일찍부터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됐다. 소설가 방현석, 시인 김형수가 개작을 주도해 소설 출판과 동시에 초벌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방현석 김형수 두 작가는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 모임’을 이끄는 인물이다.
이 초벌 시나리오를 검토중인 영화감독으로는 ‘공동경비구역 JSA’를 만든 박찬욱 감독이 있다. 현재 차기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는 박 감독은 “고엽제 문제를 영화화하고 싶어 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달쯤 영화화 여부가 결정되면 내년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다른 소설로는 마르시아스 심의 ‘떨림’이 있다. 이 소설은 영화배우인 방은진씨가 감독 데뷔작으로 영화화한다.
방씨는 이 소설 속에 수록된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23세의 젊은 여성이 39세의 이혼한 소설가를 만나 존재의 불안을 극복한다는 내용의 ‘나팔꽃’을 영화로 만들 예정.
올 여름 촬영에 들어가 내년 초 개봉 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작자 마르시아스 심은 작품 무대인 강원 동해시 장소 헌팅과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우리들의 작문교실’이 당선되어 등단한 신예작가 조민희씨의 미발표 작품도 출간 전부터 영화화가 준비되고 있다.
드라마 연출가로 유명한 황인뢰 감독이 조씨의 작품세계에 관심을 보여 성사됐다. 조만간 조씨가 신작 소설을 완성하면 이를 바탕으로 촬영에 들어갈 계획. 소설은 빠르면 내년 봄 영화 개봉 즈음에 맞춰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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