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나서 또 한차례의 버스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전국 7개 시도 시내버스노조는 “최근 12.7%의 임금인상 등을 조건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92.8%가 찬성했다”며 “사측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버스운송사업자측도 경영난을 이유로 내달부터 30% 감축운행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극심한 교통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버스는 돌릴수록 손해?〓서울시버스노동조합 이태준 홍보부장은 “현재 버스운전사의 월급이 상여금까지 합쳐 150만원 수준에 불과해 최저 생계 유지조차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에 30%의 운행감축이 이뤄질 경우 전국에서 2만5000명이 거리로 내몰리게 돼 생존권 확보 차원의 파업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버스운전사들의 생계난은 근본적으로는 시내버스업계가 처한 구조적인 경영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서울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버스요금이 평균 13.8% 인상됐지만 지하철 노선 확충에 따른 승객감소로 버스 1대당 하루 수입금이 요금인상 전의 36만원보다 2만8000원이 줄어들었다. 반면에 경유값 인상 등으로 운송원가는 급등해 매일 9만여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상태.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업체 전체가 5255억원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으며 임금체불도 300여억에 달하고 있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조합 관계자는 “버스업계의 적자와 경영 부실화는 지하철 위주의 대중교통정책과 버스에 대한 인프라 구축 및 투자 미비로 인한 정책 부재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세금감면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내버스용 경유에 대해 농업용 기계류와 같은 면세혜택을 달라는 것이다.
▽정부 대책〓현재 노사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파업을 멈출 수 있는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측은 “임금동결과 상여금 200% 삭감을 요구하는 사측과는 타협점을 찾기 힘들어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며 파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사용자측도 노조의 파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자세여서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파업 돌입에 대비해 지하철 연장운행 등 비상수송대책을 세워놓는 한편 정부에 교통세 감면 등의 지원책을 요구해놓고 있다. 정부측도 면세유 공급은 현재의 세제 구조상 불가능하지만 교통세의 50%를 시내버스 지원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 윤준병 대중교통과장은 “조만간 정부의 지원안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본격적인 중재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그러나 업계가 운행감축을 강행할 경우 법에 따라 면허취소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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