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년 동안 우리의 결혼문화는 급속도로 변해왔다. 특히 여성의 비중이나 역할이 두드러진 것이 특징인데, 과거에 비해 여성들은 결혼에 대해 훨씬 독립적이고 자유롭다. 부모 세대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한 변화가 여성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고학력에 전문직 종사자로 배우자를 고르는 조건이 까다로워 300번 이상 선을 보고도 결혼하지 못한 A씨(35)는 결국 결혼정보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행복한 결혼 남자하기 나름▼
그는 예상외로 첫번째 소개로 만난 여자와 결혼하게 됐다. 물론 상대방도 능력있는 웹디자이너로 조건이 좋았지만 진짜 이유는 여자가 적극적으로 구애해서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100쌍 가운데 여성이 먼저 프로포즈해서 결혼하는 경우는 4, 5쌍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10쌍이 넘는 것을 봐도 여성의 가치관이 바뀌면서 ‘프로포즈는 남자가 하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결혼의 공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은 이제 남성 못지 않게 사회활동에 참여하면서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게 됐다. 이러한 사회변화는 결혼 풍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여성의 결혼 적령기가 27.6세(남성은 30세)로 예전에 비해 많이 늦어지면서 능력과 경제력을 가진 노처녀를 이르는 ‘하이 미스’들이 늘고 있다.
비용 부담에 있어서도 남녀의 비중이 비슷해지고 있다. 데이트 비용을 공동 부담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결혼비용도 평균 7800만원 가운데 여성이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400만원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력이 있는 여성들은 결혼 후에도 생활에 안주하기보다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데 결혼생활이 안정될 때까지 혼인신고를 늦추는 커플들도 많고 부부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경우에는 아이를 낳기 전에 빨리 이혼하는 추세다.
결혼생활 4년만에 남편과 이혼한 B씨(31세)는 요즘의 이혼 풍속도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혼 사유는 친정과 남편의 심한 갈등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느라 친정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남편은 친정 위주의 생활 방식을 힘들어했고 집안 일에 간섭이 심했던 친정 어머니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과거 부부갈등의 주요 원인이었던 ‘고부갈등’ 대신 장모와 사위의 ‘역고부갈등’이 새로운 현상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혼 제의도 거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요즘 여성들은 부모, 특히 어머니의 결혼생활을 통해 행복 추구와 자유의지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그 결과 새로운 결혼관을 갖게 되면서 남성 위주의 전통적인 결혼문화에서 거의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여성들은 결혼은 부부가 동등한 역할과 비중을 갖고 함께 생활하는 ‘공동 CEO 체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남성에게로 옮겨지고 있다. 여성은 날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남성의 인식은 아버지 세대와 비교해서 그다지 바뀐 게 없어 보인다. 그래서 행복한 결혼, 성공적인 결혼의 열쇠는 남성이 쥐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들이 시대 변화에 적응하고 여성과 같은 방식으로 결혼을 인식하느냐, 아니면 아버지의 권위에 여전히 집착하느냐, 그 선택에 따라 결혼의 결말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행복하고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현실적인 가치관 이상으로 중요한 것들이 있다. 우선 이상형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두 사람의 환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이상형보다 잘맞는 상대 택해야▼
결혼은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잘 맞는 사람과 해야 한다. 첫눈에 반하는 것, 또는 첫 만남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
가까이에서 보면 영웅은 없고, 함께 살다보면 미인은 없다. 결혼은 온실이 아니라 황야와 같은 것이다. 수없이 닥쳐오는 문제와 시련을 극복하는 데 외모가 과연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결혼은 유리그릇과도 같다고 한다. 잘 닦고 다듬으면 한층 빛을 발하지만 자칫 깨지기 쉬운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최선을 다하라’는 격언은 일뿐만 아니라 결혼생활에도 꼭 필요한 말이다.
이웅진(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