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화단에서 활동해온 두 작가가 거의 동시에 서울에서 전시를 갖고 그동안 구축해온 미술세계를 선보인다. 90년 프랑스로 건너가 10여 년간 파리에서 활동해 온
재불 여류작가 전명자(67·파리 아메리칸 아카데미 객원교수)는 27일∼5월6일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02―544―8481∼2)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또 91년 프랑스내 공모전인 ‘몽루쥬전’에서 동양 작가로는 처음으로 신인수석상을
받았던 재불 작가 조택호(45)는 25일∼5월7일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 전시회를 연다. 작은 종이배를 화면 가득 붙이는 콜라주 작업을 통해
바다와 항구에 대한 인간의 향수를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오로라의 푸른 신비…종이배에 실은 향수…◇
북극의 오로라를 형상화하는 그림을 그려온 전명자는 1998년 이후 시도한 새 화풍의 그림 20여 점을 내놓는다. 작가는 “북극하늘에 펼쳐진 신비한 오로라를 접하면서 내면에 간직됐던 음악 선율과 고국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한꺼번에 솟구쳐 이를 코발트빛으로 그렸다”고 밝혔다. 작가는 자신의 존재와 자연의 신비를 조화시킨 그림으로 정신적으로 공허한 현대인들에게 미적인 자극을 불어넣고 있다.
전명자는 세계 각지에서 30여 회의 개인전을 가져왔다. 5월에 열리는 미국 시카고 아트페어와 11월의 독일 쾰른 아트페어에도 박영덕화랑을 통해 참가할 예정이다.
한편 조택호는 캔버스 위에 종이로 접은 작은 배(길이 5cm, 두께 3cm)들을 촘촘히 붙이고 그 위에 다시 아크릴 물감을 칠한 작품 25점을 선보인다.
그의 이같은 작업에는 작품에 따라 종이배 1000∼2500개가 소요된다. 화면에서 3, 4cm 정도 튀어나와 입체감이 느껴지는 종이배들은 일종의 마티에르 역할을 해 부드럽고 풍요로운 느낌을 준다. 그 위에 칠해진 색채도 파랑 빨강 노랑 등으로 현란하다.
큰 화폭이 바다인 듯 유유히 흘러가는 종이배들은 시냇물에 종이배를 띄워놓고 먼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린다. 충남 서산이 고향인 작가는 “3년여 전 작품 활동에 돌파구를 찾고 있던 중 문득 어린 시절 바닷가 생활이 생각나 종이배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가는 종이배를 소재로 설치와 조각 작품까지 만드는 등 작업범위를 넓히고 있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 작품들만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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