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은 러시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15주년이 되는 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25일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사고 후 대피한 어린이 가운데 건강한 사람은 16.8%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당시 18세 미만이던 청소년 가운데 1610명이 각종 암 수술을 받았고 52만9000여명이 계속 의료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
▼시베리아에 저장소 건설 계획▼
또 사고 지역에서는 육류와 우유 버섯 사과 등의 35%가 현재도 방사능에 오염된 상태이며사고 처리에 동원됐던 사람들 중 27%가 스트레스와 불안감 등으로 인한 각종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외국 핵폐기물의 국내 반입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또다시 ‘핵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핵폐기물의 국내 반입을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했으며 이 법안은 조만간 국가두마(하원)와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안은 핵연료 폐기물을 수입해 일시 저장한 뒤 비군사적 목적으로 재가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러시아 정부가 자국민과 국제환경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려는 것은 돈 때문. 핵폐기물 반입과 저장으로 210억달러(약 28조3500억원)를 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알렉산드르 루만체프 원자력부 장관은 “핵폐기물 반입으로 벌어들인 돈을 핵무기 제작 및 원전 수리, 질병치료 보조비 등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이익의 25%를 재처리 시설과 저장지가 있는 지방에 배당하겠다는 약속으로 첼랴빈스크와 크라스노야르크스 지역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다.
러시아는 3만9000t 규모의 임시 핵폐기물 저장소를 시베리아 지역에 추가로 건설하고 마야크에도 3000t 규모의 저장소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한국 일본 대만에 사업 협조를 요청했다.
▼운송과정 방사능누출 위험▼
원자력 발전을 하고 있는 국가들은 핵폐기물을 재처리 시설이 있는 국가로 보내 플루토늄이나 농축우라늄, 고준위폐기물로 재처리한 뒤 다시 반입한다. 이 때문에 환경운동단체와 반핵단체 등은 방사능 노출과 환경파괴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한다.
러시아의 경우 핵폐기물의 반출입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어느 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들여온 폐기물을 시베리아까지 운송하려면 기차로 수천㎞를 이동해야 하는데 러시아의 철도시설이 부실한데다 테러범의 공격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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