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미국 전문가들이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기술 문제를 놓고 일대 논전을 벌였다.
워싱턴 소재 정책연구소인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한일 교과서 세미나에서 한국과 미국 전문가들은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전제되지 않고는 일본의 국제 지도자 부상은 어렵다는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한 반면 일본측은 민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부가 막기 어렵다는 논리를 고수해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폴 체임벌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지식정보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일본이 역사를 계속 외면해서는 곤란하다”면서 “일본이 아시아의 지도자에 걸맞은 역할을 하려면 교과서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무관을 역임해 한국 문제에 정통한 그는 “사태를 해결하려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일본 신임 총리가 한일 양국의 역사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역사교과서를 저술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을 권고했다.
통일부 차관을 역임한 김석우 CSIS 선임 객원연구원은 “한국인들은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의 태도에 실망하고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등 국제사회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올라서려면 일본정부는 독일처럼 과거 역사 문제를 솔직하게 해결하려는 용기를 발휘하도록 국민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후루가와 가쓰히사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교과서 검증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 개입을 자제하는 게 일본정부의 방침”이라며 “주변 국가들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가장 우려하고 있으나 그렇게 확대할 필요는 없고 단지 일본 사회의 다원주의가 심화되는 현상 정도로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모리 요시히사 일본 산케이신문 워싱턴지국 편집위원은 “언제까지 독립국가의 역사교과서 기술이 외국의 간여를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두 독립국가의 역사 기술이 동일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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