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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프로야구]박찬호 배짱 키워야 산다

입력 | 2001-04-26 18:23:00


‘간 큰 남자가 돼라’

30일(한국시간) 새벽 5시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시즌 3승에 네번째 도전하는 박찬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공에 대한 믿음과 배짱.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인 155km를 웃도는 빠른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시즌 들어 지나치게 변화구에 의존하는 투구패턴으로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앞선 5번의 등판에서 박찬호가 보여준 투구내용을 살펴보면 그가 기교파 투수인지 정통파 투수인지 헷갈릴 정도.

박찬호는 초반 5게임에서 254개의 직구를 던졌다. 반면 변화구는 242개로 직구 대 변화구 비율이 거의 1:1 수준이다. 특히 2스트라이크를 잡은 이후 결정구로 사용한 공은 오히려 변화구가 29:25로 더 많다.

박찬호의 변화구 의존도가 갑자기 높아진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우선 포수 채드 크루터의 리드를 꼽을 수 있다. 박찬호는 이번시즌 25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그 가운데 18개를 직구로 승부하다 맞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크루터포수가 위닝샷은 무조건 변화구를 요구하고 있는 것.

또 한가지는 박찬호가 직구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는 것이다.

직구 스피드는 예년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평균 150km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155km의 ‘광속구’가 스피드건에 찍히기도 했다.

문제는 배짱.

‘야구는 기(氣)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투수는 공을 던지기 전 타자와의 기싸움에서 밀리면 제아무리 155km짜리 빠른공을 던져도 맞게 돼 있다. 투수가 기싸움에서 이기려면 자기공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강속구 투수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최동원은 현역시절 전타석에서 홈런을 맞은 타자에게 다음에도 똑같은 공으로 승부를 걸곤 했다. 자기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최동원은 ‘어디 또치나 보자’라는 빼짱으로 정면승부를 걸었고 대부분 승리했다.

그만큼 투수에게 자신감은 중요하다.

하지만 자기공을 믿지못하는 박찬호는 이번시즌 타자들과 정면상대하기보다 도망가기 급급하다. 32와2/3이닝을 던져 볼넷 16개를 남발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금 박찬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칠테면 쳐봐라’는 심정으로 정면승부를 걸 수 있는 배짱이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