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첫 내각에서 여성으로서는 첫 외상으로 기용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57) 전 과학기술청장관은 일본 최고의 인기 정치인이다. 2000년 5월과 올 2월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 그는 ‘다음 총리가 됐으면 좋은 정치인’ 1위에 올랐다. 고이즈미 총리보다 인기가 높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의 라이벌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뿐이다.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총리의 외동딸이라는 배경 때문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아버지보다 더 유명해졌다.
그는 외상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외교라는 것은 국민을 안심하게 만들고 세계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소견을 발표했다.
그가 기용된 배경은 높은 인기와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충성’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그는 고이즈미 전 후생상이 자민당 총재 후보로 나서자 ‘응원단장’을 자임하며 지원에 나섰다. 그가 고이즈미 총리 만들기에 나선 것은 자민당 본류에 대한 원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85년 부친 다나카 전총리가 뇌일혈로 쓰러진 원인이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전총리가 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다케시타파의 맥을 잇고 있는 자민당 내 최대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에 대한 원한을 고이즈미 총리를 통해 풀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그런 생각은 없다. 나는 그렇게 거물이 아니다”고 부정했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총통의 일본 방문에 따라 껄끄럽게 변한 일 중 관계의 복원을 위해 양국 관계의 회복에 노력한 다나카 전총리의 딸인 그를 기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다나카 외상의 인기 비결은 ‘입’에 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총리를 ‘뚱보’로 부르는 등 그의 독설을 통해 일본 국민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렇게 직설적이기 때문에 불편한 관계에 있는 한국 중국과의 외교, 갓 출범한 미국 조지 W 부시 정권과의 관계를 원만히 다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다나카 외상은 미국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으며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아버지가 총리 시절 외유를 할 때는 반드시 수행해 국제감각을 익혔으며 95년 정계에 입문해 내리 3번 당선했다. 남편도 중의원 3선, 참의원 1선의 중진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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