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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세상]케차? 케첩?

입력 | 2001-04-26 18:43:00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전철역 부근 L프랑스 식당. 프랑스인인 식당주인이 한국말을 잘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언제 문 열었어요?”라고 물으면 “그러니까 약 5개월 전인가요?”라고 답하는 식으로, 주인은 외국인답지 않게 한국어의 뉘앙스를 잘 살리고, 부사나 조사 또한 매우 능숙하게 사용한다.

직장인 설모씨(33)가 조카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 ‘오늘의 메뉴’였던 소시지 모둠구이를 먹고 있을 때 주인이 다가왔다.

“간이 심심하죠. ‘케차’좀 드릴까요?”

“‘토마토 케첩’ 있어요? 우리도 좀 주세요.”

“여긴 프랑스 식당입니다. 프랑스 식당에서 ‘케첩’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건 미국인들이나 뿌려 먹는 거죠.”

주인이 자리를 옮기자 조카들이 구시렁거렸다.

“준다 그랬다 안준다 그랬다, 뭐 하는 거지?”

요리를 다 먹고 난 뒤에야 주인이 들고 다니는 노란색 소스통이 눈에 띄었다.

“아, 그렇지 ‘겨자’.”

“저 사람 한국말 잘한다고 우리가 너무 방심한 거야.”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