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의 실수로 국민이 참정권을 박탈당했다면 국가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선거 때마다 공무원들의 실수로 전과기록 등이 잘못 처리돼 투표를 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앞으로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법 민사항소3부(재판장 목영준·睦榮埈 부장판사)는 24일 검찰이 사기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이 확정된 것처럼 구청과 선관위에 잘못 통보하는 바람에 지난해 4·13총선에서 투표를 하지 못한 임모씨(47·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국가는 임씨에게 7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실관계〓임씨는 97년 사기 누명을 쓰고 기소돼 98년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으나 99년 항소심과 대법원은 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씨는 지난해 4·13총선 때 투표소에 가 선관위원에게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투표용지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선관위 직원은 “선거인명부에 이름이 없다”며 기록을 살펴본 뒤 “죄를 짓고 아직 형의 집행이 끝나지 않아 선거를 할 수 없다”고 말해 임씨는 투표를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임씨의 경우 무죄판결이 확정됐는데도 관할 청주지검 소속 공무원이1심 유죄판결이 확정된 것으로 알고 수형인명부를 잘못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졸지에 투표권을 잃고 동네주민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임씨는 지난해 5월 서울지법에 2000만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판결과 유사소송〓이에 대해 1심인 서울지법은 지난해 8월 70만원의 배상판결을 내렸고 항소심도 이번에 같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임씨가 선거 전에 선거인명부 사전 열람을 하지 않아 투표권 상실을 막지 못한 책임도 40% 정도 있지만 국가의 책임을 면하게 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지법에는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 운동본부가 최경수씨(59) 등 똑같은 피해자 8명을 모아 낸 1인당 300만원씩의 위자료 청구소송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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