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기보다는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정신없이 카메라 앞에 섰는데요, 이제는 배우는 것이 재미있어요."
최근 영화와 드라마, CF를 오가며 정신없이 바쁜 10대 스타 신민아(17). 이미 CF 모델로 활약할 때부터 많은 매체들이 유망주로 꼽았었지만 요즘 그녀의 활약은 정말 눈부시다.
에서는 이병헌 류시원 이정현 최지우 등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연기를 하고 있고, 올 겨울 개봉될 영화 에서는 장혁과 함께 무술 고수인 여고 검도부장으로 액션 연기를 펼치고 있다.
원래 '주전공'이라 할 수 있는 CF에서는 현재 전속모델로 활동하는 브랜드만 '웰라' '미에로 화이바' '노튼' '롯데제과' 등 4개. 여기에 단발 CF까지 합하면 10여 개의 브랜드가 그녀의 표정 하나에 매상이 오르내린다. 모델로 그녀의 몸값은 억대를 훌쩍 넘은지 오래이다.
스타를 꿈꾸는 이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만한 성공가도를 걷고 있는 신민아. 그런데 그녀에게서 명성에 걸맞는 끼와 톡톡 튀는 발랄함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대개 처음에 당황한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총알처럼 대답이 튀어나오고, 말로는 모자라 손짓, 몸짓과 다양한 표정이 동원되는 또래들과 달리 그녀의 대답은 대부분 "예, 아니오" 식의 단답형. 너무 말이 길어 오히려 핵심을 파악하기 힘든 일부 신세대 스타와 달리 간결하게 요점만 이야기 한다. 그것도 꼭 한 박자 뜸을 들인 후 말을 한다.
"친구들과는 이야기 잘 해요. 하지만 모르는 사람과는 아무래도 조심스럽잖아요. 그래도 방송 활동하면서 많이 바뀐 편이에요."
수줍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는 것은 그동안 그녀와 관련된 각종 기사를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조금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그 낯가림이 내성적인 성격보다는 나이답지 않은 신중함에서 기인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어릴 적부터 나이답지 않게 신중하고 조숙해 주위로부터 '애늙은이'란 소리도 많이 들었단다.
그래서일까. 일산의 SBS 스튜디오와 영화 촬영장을 오가는 것이 아직 어린 나이에 힘겨울 만도 하건만, 함께 다니는 매니저의 말로는 도무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아 오히려 걱정이라고 한다. "힘들기는요, 재미있어요. 영화 촬영 때는 피아노 줄에 매달려 공중을 날라다니기도 하지만, 별로 힘든 것은 모르겠어요. 드라마는 좋은 선배들 틈에 있는 것이 즐거워요."
오히려 촬영 중간에 하루 이틀 스케줄이 비여 쉴 때 몸의 리듬이 깨져 힘들다는 것이 그녀의 대답이다.
영화 에서 그녀가 맡은 여자 검도부장은 매사 승부욕이 강한 터프한 성격의 인물. 하지만 에서 그녀가 연기하는 민지는 발랄하고 나이 또래에 걸맞게 응석도 많은 역할이다. 둘 다 그녀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제 연기를 시작한지 3달 밖에 안된 그녀에게 두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과연 쉬울까?
"제가 연기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더 쉬운 것 같아요. 감독님이나 선배들이 가르쳐주는대로만 하면 되거든요. 오히려 어설프게 몇편 출연한 연기 경험이 있다면 그 선입견 때문에 제대로 연기를 못했을 것 같아요."
질문마다 미간을 찌푸리며 조심스레 대답을 하던 그녀는 '요즘 인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얼굴을 환하게 피웠다.
"물론 좋죠. 특히 어머니가 밖에서 친구나 친척에게서 제 이야기 듣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볼 때 기분이 가장 좋아요."
다른 이야기 때는 차분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말하던 그녀도 어머니와 가족 이야기를 이야기를 꺼낼 때는 트레이드 마크인 보조개를 지으며 환하게 웃었다. 이때는 '애늙은이'도 영락없는 평범한 10대 소녀의 모습 그대로이다. 신민아에겐 가족은 둘도 없는 열성팬이자 든든한 지원자이다. "언니부터 남동생까지 별스럽게 대하지 않는게 제일 좋아요. 집에서 저를 스타로 대접하는 사람은 제 할아버지세요. 저에 대한 모든 기사는 모두 스크랩해서 플라스틱으로 코팅해서 보관하실 정도로 손녀를 아끼세요."
하지만 가족 중에서 특히 그녀는 어머니와 사이가 각별하다. 전부터 어머니와는 마치 자매처럼 함께 붙어 다녔다고 한다. 169cm의 훤칠한 키도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유산. "어머니 키가 174cm세요. 전에는 어머니와 함께 백화점에도 가고, 맛있는 것 먹으러 같이 다녔는데 제가 바빠지면서 함께 다니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요."
그래서 이번에 드라마와 영화촬영이 끝나고 여유가 생기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이 어머니와 해외 여행가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CF활동을 했으니, 그녀도 햇수로 따지면 연예계에 입문한지 4년차이다. 민감한 사춘기 시절에 말 많고, 시끄러운 연예계 생활은 그녀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 까? "우선은 어떤 일을 하던 건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구요, 두 번째는 매사 긍정적인 사고. 그리고 자기 생활에 엄격해야 할 것 같아요."
'엄격한 생활'이라, 모른척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재차 물었다. "왜, 가끔 연예인들에 대해 안좋은 소문이나 사건이 일어나잖아요. 그리고 조금 잘못하면 그런데 발을 디디기도 쉽구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자기 생활에 대해 분명한 가치관과 조심성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딸의 일이라면 늘 자기 일처럼 좋아하는 그녀의 어머니가 초창기 때 밖에서 연예계의 안좋은 이야기를 듣고 "그런데 딸이 있느냐"식의 힐난에 속상해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그녀 스스로 다짐했다는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각각 신고식을 치른 그녀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을 물어봤다. "여리고 눈물 많은 멜로물 주인공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너무 흔하고 평범하잖아요. 그것보다는 남과 다른 인물, 남과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좋아요."
김재범 oldfi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