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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섀클턴의 서바이벌 리더십

입력 | 2001-04-27 19:09:00


◇섀클턴의 서바이벌 리더십/데니스 페킨스 지음/최종옥 옮김/406쪽, 1만2000원/뜨인돌

섀클턴(Sir Ernest Shackleton·1874∼1922)은 우리에게 다소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세기, 아니 지난 천년 동안 가장 위대했던 탐험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1999년 말 영국 BBC 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지난 1000년 동안 최고의 탐험가 10인 중 크리스토퍼 컬럼부스, 제임스 쿡, 닐 암스트롱, 마르코 폴로에 이어 5위에 랭크된 인물이 바로 섀클턴이다.

그는 1901년과 1908년, 그리고 1914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남극을 탐험했다. 첫번째는 스코트의 남극탐험대의 일원으로 남극대륙에 첫 발을 디뎠고, 두번째는 2차 남극탐험대의 대장으로 자남극(磁南極)을 발견해 그 공으로 기사작위를 수여받았다.

그러나 세번째 탐험에서는 남극대륙에 발을 딛기도 전에 그만 웨들해의 부빙(浮氷)들 사이에 갇혀 ‘표류―난파―사투―귀환’의 장장 634일에 걸친 믿기지 않는 행로를 밟게 된다. 하지만 이 행로를 통해 섀클턴과 27명의 대원들은 놀랍고 감동적인 휴먼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그 위기탈출의 장대한 드라마는 저명한 저널리스트 알프레드 랜싱에 의해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라는 책으로 세상에 소개됐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출신의 심리학 박사이자 리더십전문가인 데니스 퍼킨스는 이 위기탈출의 스토리를 ‘리더십’과 ‘팀워크’라는 프리즘을 통해 한 번 더 걸러낸다. 그것이 바로 ‘섀클턴의 서바이벌 리더십’(Leading at the Edge)이다.

1914년 12월 5일 섀클턴과 그의 대원들을 싣고 사우스 조지아 섬을 출발해 남극대륙을 향하던 인듀어런스호는 웨들해의 부빙들 사이에 갇혀 마치 ‘아이스크림 콘 위에 박힌 아몬드’ 꼴이 되어 버린다. 그 후 옴짝달싹 못한 채 10여 개월을 표류하던 인듀어런스호는 죄여오는 얼음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채 난파한다.

섀클턴과 대원들은 배에서 탈출해 떠다니는 얼음 위에 텐트를 치고 다시 5개 월여를 버틴다. 그들은 79일 동안 해가 없는 남극의 혹한을 견뎌내야 했고, 식량이 바닥나 물개기름으로 연명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은 난파한 배의 잔해로 다시 세 척의 보트를 만들고 그 위에 자신들의 텐트를 찢어 돛을 달았다. 그리고 또 다시 남극바다에 배를 띄웠다. 추위, 배 고품, 향수 그리고 무엇보다도 ‘절망’과의 처절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결국 그들은 모두 살아서 돌아왔다. 기적이었다. 그러나 이유 있는 기적이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이 책은 바로 그 해답을 밝혀주고 있다.

우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그 위기의 핵심에는 ‘리더십의 위기’가 자리하고 있음을 안다. 섀클턴은 우리에게 ‘위기의 리더십’이 곧 ‘생존의 리더십’임을 확인시킨다. 살고 싶은가? 물론이지. 그렇다면 섀클턴을 읽어라! 그리고 섀클턴한테 배워라!

정진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커뮤니케이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