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명예 홍보사절인 영화배우 류승범(21)은 요즘 전주에서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하나다.
개막작 ‘와이키키 브라더스’ 출연배우인 그는 ‘홍보사절로 하는 일이 뭐냐’고 물으니 “호객행위”라며 웃는다.
아닌게 아니라 그는 팬 사인회,무대인사 등을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28일 밤 영화의 거리 야외무대에서 열린 ‘와이키키 브라더스 콘서트’에서는 순식간에 분위기를 띄우는 멋진 DJ솜씨를 보여주었다.
지난해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최초로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이곳과 인연을 맺었다. “전주영화제가 주류 영화와 비주류 영화 사이의 경계를 흐트러놓은 것 같아 마음에 든다”고.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이후 인터넷 영화 ‘다찌마와 Lee’를 거쳐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 모두 세 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최근 대종상 신인남우상을 받았다.
“배우가 된 것이 제겐 마치 무거운 가방, 그러나 벗어버리기엔 너무 매력적인 가방을 짊어진 것 같은 기분이예요. 그 가방을 가볍다고 느낄 수 있게 될 때까지 피나는 노력을 해야하겠죠.”
음악을 하겠다고 17세 때 학교를 때려친 뒤 나이트 클럽에서 3년간 DJ생활을 하던 그를 영화로 이끈 사람은 그의 형 류승완 감독.
“형이 저한테서 배우의 소질을 발견해서가 아니라 아직 철이 덜들었으니까 영화를 통해 세상이 얼마나 살기 힘든지 직접 깨달으라는 권유였던 것같아요.”
겉보기와 달리 무척 진지한 그가 계속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배운 게 정말 많다”고 하기에 뭐냐고 물으니 “내 자신이 배우의 재목이 아니다”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럼 좌절하게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는 오히려 “오기가 생긴다”고 대답했다.
“영화를 시작하면서 그저 막연한 마음으로 어떤 길을 선택해 걸어갔는데,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온 뒤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쩌나 고민 많이 했어요.”
그러나 영화 3편을 마치며 그는 이제 “멀리 보고 싶은 직업”으로 배우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한 번 매듭을 짓겠다”는 각오가 다부지다.
7월부터는 ‘피도 눈물도 없이’의 촬영을 시작할 예정. 악역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낀다는 그는 “나는 주연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뒤 기억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우연히 보게 된 그의 지갑 안에는 무슨 글이 빽빽이 적힌 쪽지가 있었다. 뭐냐고 물으니 쑥스러워 하며 최근 읽은 ‘마이클 케인의 영화수업’에서 좋은 말들을 골라 적어두었다고 한다. 그 종이에는 ‘연기는 자신을 상대방보다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등 대배우 마이클 케인의 경험담이 빼곡이 적혀있었다.
이 쪽지를 늘 갖고 다니면서 “현장에 나가기 전 꼭 한 번씩 읽어본다”고 말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나는 배우가 되고 싶지, 연예인이 되고 싶진 않다”던 그의 다짐이 빈 말이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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