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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게 이렇군요]늘어가는 탄핵-해임 건의안

입력 | 2001-04-29 18:54:00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 및 이근식(李根植)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정치권이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12번째 해임건의안. 탄핵소추안과 사퇴권고결의안(내각총사퇴 1차례 포함) 등까지 모두 합치면 21번째이다.

현 정부 들어 야당의 해임건의안 탄핵소추안 사퇴권고결의안 제출이 과거 정부에 비해 부쩍 잦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에 여당은 ‘무분별한 정치공세’ ‘다수야당의 횡포’라고 비난하고 있으나, 야당은 ‘국회의 당연한 권리’라며 이를 일축하고 있다.

▽현상〓김영삼(金泳三)정부 5년 동안 제출된 해임건의안은 4건에 불과했으나, 현 정부 들어서는 3년 남짓 동안 12건이나 된다. 노태우(盧泰愚) 정부 5년 동안은 해임건의안이 단 1건도 없었다.

탄핵소추안도 노태우 정부 때 2건, 김영삼 정부 때 1건에 그쳤으나 현 정부 들어선 벌써 5건이나 제출됐다. 사퇴권고결의안은 노태우 정부 때 7건, 김영삼 정부 4건, 현 정부 6건으로 집계됐다.

현 정부 들어 야당은 평균 1.8개월만에 1건 꼴로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안이나 사퇴권고결의안을 제출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 안건이 통과된 적은 없다. 모두 표결에서 부결됐거나, 탄핵 및 권고대상자의 임기가 만료돼 자동폐기됐다.

현정권에서 제출된 탄핵소추안 및 해임 사퇴건의안

종 류

탄핵 및 해임건의 대상

일 자

탄핵소추안
(5)

검찰총장 박순용

2000.12.13

대검차장 신승남

검찰총장 박순용

1999. 8.26

검찰총장 김태정

99. 2. 4

검찰총장 김태정

98. 5.26

해임건의안
(12)

국무총리 이한동

2001. 4.25

행자부장관 이근식

보건복지부장관 차흥봉

2000. 7.24

행자부장관 김기재

1999.11. 8

문광부장관 박지원

99.10. 4

국무총리 김종필

99. 8.16

국무총리 김종필

99. 8.10

교육부장관 이해찬

99. 5.14

법무장관 박상천

99. 2. 4

국방장관 천용택

98.12.19

국방장관 천용택

98.12.15

국방장관 천용택

98.12.10

사퇴권고결의안
(5)

국회의장 이만섭

2000.11.18

국가정보원장 천용택

1999.12.17

국가정보원장 이종찬

99. 2.24

국회부의장 김봉호

99. 1. 9

국회의장 박준규

99. 1. 9

내각총사퇴권고결의안 (1)

2001. 3.20

▽급증 원인〓정권 교체 이후 고착화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구도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즉 민주당이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민련 등과 공조를 통해 정국주도권을 장악하려 하자, 한나라당이 공동여당의 내부균열을 유도하기 위해 해임안이나 탄핵안, 사퇴권고안 제출을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여야 어느쪽도 국회에서 절대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력한 대정부 견제 수단으로 야당의 해임안 탄핵안 사퇴권고안 제출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정국 경색〓해임안 탄핵안 사퇴권고안이 제출될 때마다 여야 관계는 악화됐다. 지난해 10월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제출됐을 때도 정국은 급속도로 경색됐다.

표결 과정에서 수적 우위를 확신하지 못한 민주당은 당 소속인 국회의장의 본회의 참석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소극(笑劇)을 벌였고, 한나라당은 본회의장 농성에 돌입해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전문가 시각〓전문가들은 야당의 해임안 탄핵안 사퇴권고안 제출이 대통령과 내각의 권한을 견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남발되거나 정략적으로 사용될 경우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영래(金永來·비교정치) 아주대교수는 “국무위원 등에게 결정적인 잘못이 없다면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비판하거나 사퇴의사가 없는지를 묻는 정도의 경고로 그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박재창(朴載昌·의회행정) 숙명여대교수는 “해임건의안 제출은 한편으론 집권여당에 대한 경고나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줄 수도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론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며 “특히 권력기반이 취약한 정권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