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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대학생 학력저하-下]기초부실이 학문부실 불러

입력 | 2001-04-30 18:36:00


대학생 학력저하 기사가 동아일보 1면에 보도된 4월30일. 대학과 고교는 물론 각 직장에서도 ‘대학신입생도 풀지 못한 수학 문제’를 누가 과연 풀 수 있나를 테스트하는 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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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운 수능' 부작용 보완 서둘러야

학부모 김희주씨(45·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가정에서는 올해 서울 상위권대 공대에 입학한 김씨의 아들이 신문을 보며 “sin60°〓√3/2, χ²을 미분하면 2χ…”하며 눈으로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는 자연대를 지망하는 여동생(고2)에게 “대학에서 수학 실력이 달려 과외 해야 할 판이니 수학 공부 단단히 해라”고 말했다.

여동생은 “일단 대학에 들어가려면 틀리지 않게 푸는 게 중요한데 쓸데없이 출제도 안 되는 어려운 문제는 무엇하려고 풀어”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직업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려고 진학하는데 현실은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서울 휘문고 진학지도 담당 이신배(李愼培·45) 교사는 최근 고교 3년생의 수능 모의고사 점수를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학생들이 휴일에 학원에서 치른 모의고사 성적이 재수생과 비교할 때 평균 40점 정도 뒤떨어졌기 때문.

이 교사는 “수능이 쉬워지면서 쉬운 문제만 반복해 풀고 실수하지 않기 위한 학습을 하다 보니 최근 몇 년간 학력이 떨어지는 추세였지만 ‘이해찬 1세대’로 불리는 올해 고교 3년생은 유난히 심하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뭐든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간다’고 홍보해 학생들이 특기나 적성에 신경을 쓰고 공부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 교사의 분석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은 끝이 없다.

하지만 대학생 학력 저하 현상의 시작과 끝은 분명하다. 초중고교에서 잉태된 ‘기초학력 부실’이 대학생 학력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곧바로 국가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선 고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입시정책이 대학생 학력 저하를 낳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고교 교육의 갖가지 문제점과 대학생 사회의 세태변화 등이 맞물려 대학생 학력 저하를 가져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