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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뜨겁다]민주당 '선별투표' 자괴감

입력 | 2001-05-01 18:52:00


지난달 30일 밤 우여곡절 끝에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 및 이근식(李根植)행정자치부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변칙 투표’를 마친 민주당 ‘386 의원’ 6명은 국회 인근 술집에서 새벽까지 통음했다.

이 자리에서는 여당으로서 정정당당하게 투표에 임하지 못한 자괴감과 거야(巨野)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현실, 3당 정책연합에 대한 실망감, 당리당략에 밤을 새는 정치권 등에 대한 울분이 쏟아졌다.

한 의원은 “차라리 16대 국회를 해산하고 다시 선거를 해야 한다”며 탁자를 쳤고, 한 의원은 “현재의 정당 지도부를 다 물갈이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다른 한 의원은 “정정당당히 투표를 하자고 그렇게 주장을 했는데…”라며 “왜 우리가 국회에 있어야 하는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고 절망감을 표시했다.

이번 해임건의안 표결무산 파문은 우리 정치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선별투표’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70년대 백두진(白斗鎭) 국회의장 시절 당시 야당인 신민당이 유신정권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대표 등 소수만이 투표에 참여토록 한 적이 있지만, 그 후 소속 의원들의 투표권을 ‘박탈’한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총무는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3가지 표결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정당당하게 표결에 임하는 방법, 명패만 던지고 투표를 하지 않는 방법, 일부의원들만 투표를 하는 방법이었다. 결국 민주당은 자민련의 압박에 밀려 ‘최악’을 선택한 셈.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3당 연합에 대한 무용론(無用論)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 소장의원은 “투표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3당 연합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와 함께 걸핏하면 해임건의안을 제출해 ‘민주당 망신주기’에 골몰하는 한나라당의 행태에 대한 반감(反感)도 높아지고 있다.

‘여당 내 야당’으로 알려진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해임건의안에 대한 선별투표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정치적 도덕적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한나라당이 개표를 물리적으로 저지한 것도 반(反)의회주의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 초선의원도 “아슬아슬하게 과반수 의석을 채운 여당에 대한 흔들기를 계속하는 한나라당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며 “우리가 합법이라고 변칙투표를 정당화할 수 없듯이,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 남발도 합법이라고 정도(正道)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선별투표에 쏟아지는 비난여론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면서도 한나라당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정작 문제는 한나라당이 개표를 방해한 것이며, 이는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 표결 다음에 예정돼 있던 부패방지법안 처리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경찰의 대우차 노조 과잉 진압을 이유로 해임건의안을 냈는데 이는 원천적으로 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