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조직위 일어통역 이지영씨
“속마음까지 전달하려 노력합니다.”
2002월드컵대회조직위원회의 한일전문통역을 맡고 있는 이지영씨(32)는 요즘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한일월드컵조직위 사무총장회의 등 굵직한 국제회의에 들어가보면 통역하기 난감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때문에 미묘한 입장차가 있어 서로의 마음을 상하지 않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얼마전이었어요. 한국측 관계자가 식사중에 일본측 인사에게 ‘외모가 여자같군요’라고 농담을 건넸는데 그대로 통역하면 곤란할 것 같아 ‘얼굴이 동안이시군요’로 바꿔서 얘기한 적이 있어요.”
이씨는 월드컵 공동개최로 한국과 일본이 좀더 가까워졌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아버지가 외교관이라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때까지 일본에 살았던 그녀에게 일본은 ‘제2의 고향’ 같은 곳.
“한일 양국은 서로를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이번 교과서 왜곡문제도 감정만을 앞세우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축구에 문외한이었던 이씨는 “지난해 12월20일 한일전 때 처음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봤는데 너무 흥분되고 재미있었다”고. ‘월드컵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1주일전 긴머리도 짧게 깎았다는 이씨는 이화여대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을 나온 뒤 아리랑TV에서 아나운서와 기자로 활동했었다. 1999년 제주도에서 열린 한일각료회담때도 통역을 맡았던 이씨는 기혼으로 월드컵이 끝난 뒤 2세를 가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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