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에서 편집(콤필레이션)음반 논란이 한창이다.
‘이미연의 연가’(4장 1세트) CD가 130만 세트를 넘길만큼 불티나게 팔리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이영애의 애수’(6장) ‘김석훈 장진영의 러브’(5장)가 잇따라 나와 각각 15만, 25만 세트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콤필레이션 음반은 이전 히트곡들을 망라한 ‘모듬음반’이다. 세트당 2만원 안팎으로 정규 CD 두장 값도 되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높다. 다만 한 세트의 판매 이윤은 정규 음반을 한 장 파는 것과 비슷해 ‘박리다매’상품인 셈이다.
논란의 초점은 편집 음반으로 인해 새음반 시장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전국음반도매상협회는 4월 중순 한국음반산업협회에 편집 음반 제작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매니저들의 단체인 연예제작자협회도 올해 나온 신곡의 사용권을 편집음반에 제공하는 회원을 제명하겠다고 결의했다.
두 단체는 최근 음반 시장이 MP3나 인터넷 음악 사이트에 이어 편집음반의 범람으로 이전보다 절반이상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새음반을 낸 이승철은 “실제로는 판매량이 예전의 30%에도 못미치는 듯하다”며 “많게는 100여곡까지 수록된 편집음반의 위력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편집음반은 팬들에게 단기적으로는 큰 혜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 편집 음반이 주도하는 장세에서 신곡이나 새로운 스타를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팝 음반계는 5년전부터 이미 이같은 과정을 거쳤다. 국내 직배사들은 과거 수년간 ‘스타 발굴’은 제쳐두고 여러 가지 방식의 모음 기획에 매달렸다. 그 결과 국내 팝계에서 빅스타는 존재를 확인하기 어렵고 팝 시장도 맥을 못추고 있다.
가요 편집음반에 대한 논란은 이런 ‘교훈’을 새기자는 것이다. 가요음반 산업의 중추인 스타 발굴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을 자초하지 말자는 얘기다.
그럼에도 편집음반 바람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기획자간의 자존심 경쟁으로 번져 너도 나도 편집음반 제작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나온 편집음반의 틈새를 파고드는 기획도 쉽지 않아 ‘유사품’이 범람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요 팬들이 냉정히 판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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