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본질적으로 개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개선, 보완해서 일관성을 유지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권이 거창하게 교육개혁을 부르짖으면서 각종 위원회를 조직해서 개혁안을 제시하라고 하니까 시류에 영합하는 학자들이 우리의 실정에 맞지도 않고, 검증되지도 않은 설익은 개혁안을 제안하게 됐다고 본다. 행정 당국은 이를 여과 없이 교육현장에 적용해서 부작용과 혼란만 가중시켰고 결국 ‘공교육 붕괴’라는 최악의 사태를 빚게 됐다.
1985년 3월 발족한 교육개혁심의회를 필두로 1989년 대통령 직속의 교육정책자문회의, 1994년 2월 문민정부가 추진한 교육개혁위원회, 1998년 국민의 정부가 내세운 새교육 공동체, 2001년 출범한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에 이르기까지 장장 16년간 개혁을 시도했지만 개혁은 고사하고 공교육 황폐화로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을 부채질하는 결과가 됐다.
▼16년간 개혁 헛다리만 짚어▼
교육은 그 자체가 창조적 활동이기 때문에 외부의 간섭을 받게 되면 그 효력이 상실되거나 반감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헌법에서까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헌법 31조 4항)고 규정해 간섭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핵심부처인 기획예산처가 ‘고령교사 1명을 퇴직시키면 젊은 교사 2.5명을 임용할 수 있다’는 경제논리를 내세워 절대 다수 교사들의 반대 여론을 묵살하고 정년 단축을 강행한 것이다. 그 결과 교사의 사기는 극도로 저하되고 2.5명 증원은 고사하고 퇴임한 교사만큼도 충원하지 못해 기간제 교사로 대체하게 됐고, 그것도 모자라서 교육 공동화라는 위기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교육정상화의 해법은 기발한 묘책이나 외국의 사례, 교육학 이론에 있지 않고 우수교사 양성과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과감한 교육투자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역대 정권이 16년간 시도한 교육개혁이 모두 실패한 이유는 이와 같은 핵심과제를 도외시하고 단순히 입시제도나 학제개편 같은 지엽적인 문제만 다루었기 때문이다.
교육개혁의 궁극적 목표가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통한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있다면 확고한 교직관과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교직적성에 부합되는 우수교사 양성이 최우선 과제가 아니겠는가? 교육의 요체는 교육과정에 있고, 교육의 성패는 교육과정의 운영에 달려 있다. 그런데 실제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하는 교육의 주체가 교사이기 때문에 우수교사를 확보하지 않고는 어떤 개혁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우수교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우수한 인재를 교직에 유치할 수 있도록 교원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1991년에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교원을 특별히 우대하여야 한다’는 조항까지 제정해 놓고도 10년이 지나도록 시행하지 않고 있다가 장관의 직급만 높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는가?
▼교원 양성기관 단일화해야▼
둘째로 교원양성기관의 난립을 정비하고, 교원 수급정책을 수립해 수요 공급의 심한 불균형부터 시정해야 한다. 2000년 1년 동안의 중등교사 양성 실태를 보면 약 2만5500명이 양성됐으나 교사임용은 겨우 9.4%에 해당하는 2402명뿐이었다. 결과적으로 90.6%에 해당하는 2만3000여명의 ‘교사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취득한 교사자격증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교직을 천직으로 삼고 헌신적인 봉사와 투철한 교직관을 갖고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제도적으로 양성하되 전국을 7, 8개 권역으로 묶어서 초·중등 교원 양성기관을 단일화하고 임용예정 인원의 1.3∼1.5배 정도를 양성한다면 우수교사 확보는 확실하게 보장될 것이다.
또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필수적인 다양한 자료와 시설을 갖춘 학교도서관과 같은 종합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온 국민이 우려하는 희대의 난제를 해결하고 교육입국의 초석을 다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김용철(공주대 교수·전 국립사대학장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