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란 ‘비(非)정상인’이 아니다. 보통의 경우와는 다소 다른 신체적 특성을 가진 사람일뿐이다. 그들은 오히려 비장애인들보다 뛰어난 감각과 굳센 의지를 가진 경우가 많다. 한국과 일본에서 두 시각장애인 교사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반학교의 교단에 서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일본의 경우 애당초 반대했던 학부모들도 차츰 이 장애인 교사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복직 송광우씨▼
“시각장애인으로 평생을 살아갈 준비를 끝냈습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해야죠.”
충남 당진의 송광우(宋光宇·30·시각장애 1급·사진)교사. 그는 시각장애인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8월 일반 초등학교 교단에 선다.
경남 진주교대를 졸업한 뒤 98년 3월 당진군 고대초등학교에 초임 발령받을 때만 해도 송교사는 시력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1년6개월만인 99년 10월부터 갑자기 눈이 안보이기 시작했다. DNA 돌연변이로 인한 ‘레버 시신경 병증’이라는 진단이었다.
약물치료를 계속했으나 별 진척이 없자 결국 교사생활 2년2개월만인 지난해 4월 휴직계를 내고 교단을 떠나야 했다.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보다 그토록 자부심을 느꼈던 교사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욱 아팠습니다. 담임을 맡았던 5학년 아이들이 편지를 보내왔으나 읽을 수도 없었고….”
깊은 절망은 삶의 의지와 통하는 것일까. 그는 새로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다.
곧바로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맹인복지학교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할 기본적인 준비를 했다. 점자를 읽는 법과 보행하는 법을 배우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익히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렸다. 어느덧 웬만한 메일발송이나 문장작성 등은 거뜬히 해내게 됐다.
1년동안 시각장애인 생활을 준비, 자신을 변신시킨 송교사는 올해 초 대구대 특수교육대학원에 입학한 뒤 고대초등학교에 복직신청서를 냈다. 그리고 수업테스트가 있었다.
‘실물화상기 등 보조장구를 이용하면 교육활동이나 일상생활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게 교육당국의 판단. 지난달 30일 마침내 복직결정이 내려졌다.
당진군교육청 관계자는 “일선학교 교사결원이 없어 우선 교육청에서 장학업무를 맡도록 했다”며 “8월 일반 초등학교로 발령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을 못본다고 동심의 세계로 파고 들어가지 못합니까. 예전보다 더욱 정성껏 아이들을 가르칠 생각입니다.” 송교사의 다부진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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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학교 담임교사 가와이씨▼
“꿈을 포기한다는 것은 내겐 너무 굴욕적인 일입니다.”
일본인 시각장애인 교사 가와이 준이치(河合純一·25·사진)는 시종 웃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강한 의지가 실려 있었다.
시각장애인으로는 98년 일본 최초로, 그리고 현재도 유일한 일반학교 선생님이 된 가와이씨. 그는 자신의 책 ‘꿈을 향해 뛰어라’의 한국어 번역본을 출판한 창해출판사 초청으로 2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30여명의 국내 시각장애인들과 만났다.
‘선천성 포도막 결손증’이라는 눈병으로 왼쪽 눈의 시력이 없는 상태에서 태어난 가와이씨는 중학 3학년 때 오른쪽 눈마저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끝없는 절망의 늪에 빠져 한때 죽음까지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영선수를 꿈꿨던 그에게는 엄청난 시련이었다. 하지만 수영부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좌절을 이겨냈다. 수영부 선생님은 수영장 양쪽 벽에 수건을 붙여 그가 방향을 틀 때마다 머리를 찧어도 아프지 않게끔 배려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결국 그는 96년 미국 애틀랜타 장애인올림픽 수영 1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평소 교사의 꿈을 간직해온 가와이씨는 와세다대 교육학부를 졸업한 뒤 모교인 시즈오카(靜岡)현 마이사카(舞板)중학교에 사회 교사로 부임해 현재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처음 그가 이 학교로 오자 학부모들은 “정상수업이나 생활지도가 되겠느냐”며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제는 그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제자 150여명을 정확히 알기 위해 목소리를 일일이 녹음해 반복해서 듣기도 했다.
가와이씨가 한국의 시각장애인들에게 되풀이 강조한 것은 ‘꿈을 잃지 말 것’. “꿈을 포기하는 건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꿈을 향해 애쓰는 건 ‘지금’이 아니면 안됩니다.”
그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해 “문제가 많은 교과서를 만들어 물의를 빚는 사람들을 추호도 변호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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