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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뜨겁다]청와대 "대선얘기 이르다" 조기 진화

입력 | 2001-05-03 18:38:00

민주당 김중권 대표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의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 발언 파문이 하루 만에 수그러들었다. 청와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 기류▼

청와대측이 3일 즉각적 대응에 나선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고자 하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여권 핵심부의 뜻에 어긋난다. 김대통령은 4월 26일 불교방송과의 회견에서 여권 대선후보의 3가지 조건을 제시하면서 “지금은 시간도 아직 이르고 경제가 고비를 넘고 있기 때문에 나는 경제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전략적 고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 경선 후 지방선거를 치를 경우 단 1명뿐인 승리자야 최선을 다하겠지만 나머지 패배자들은 팔짱을 낀 채 지켜보기만 할 가능성도 있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여권 내에 많다.

물론 김대표는 “대선후보가 아닌 사람들이 지방선거에서 뛰어봐야 먹히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청와대측은 또 대선후보가 본선을 치르기도 전에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공격이나 선거 패배로 큰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남궁진(南宮鎭) 정무수석이 “후보가 떴다가 비탄(飛彈)을 맞아서 낙마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고위원회의 분위기▼

이날 최고위원회의 한 참석자는 “김대표의 해명과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의 국정운영 비판을 듣느라 분위기가 몹시 무겁고 뒤숭숭했다”고 전했다.

김대표는 회의에서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 발언에 대해 “김기재(金杞載) 최고위원의 얘기를 소개한 것이지 내 생각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김대표의 본심 또한 조기 가시화 쪽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가 사석에선 여러 차례 조기 전당대회 개최 쪽에 비중을 둔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김대통령의 뜻이 ‘내년 지방선거 후 대선후부 경선’임이 보다 분명해지면 김대표는 그에 충실히 따를 게 분명하다.

▼예비주자 반응▼

여권 내 대선 예비주자들은 내년 지방선거 후 대선후보 경선에 대해 대체로 공감을 표시했다.

김대표의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 발언에 대해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은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냐. 대표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도 “나는 잘 모르겠다”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개인적으로는 내년 7, 8월 전당대회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전에 후보를 가시화하면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은 “당 차원에서 언제 전당대회를 여는 게 유리한지 전략적인 검토를 하고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은 “노 코멘트”라고만 했다.

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