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유통구조 개선은 커녕 또 하나의 매머드급 도매상으로 전락할 위험이 높습니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주최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음반유통구조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석한 ㈜모닝힐 정희균 대표는 정부 지원으로 설립된 한국음반네트워크주식회사(KRCnet:Korea Record Center Network)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KRCnet은 정부가 국내음반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코자 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에 의거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공동물류단지 건설과 음반유통전산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정대표는 "KRCnet이 음반유통 전산화작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메이저급 음반사들이 참여하고 있지 않아 운영이 제대로 될지는 미지수"라며 "자칫하면 도매상들이 모여 음반을 독점유통하는 거대한 기업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대표는 한국음반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음반기획사· 음반사·도매상·소매상으로 이어지는 거래횡포를 들면서 "정부가 사업을 하기 보다는 음반사 등 상위구조 업계가 악순환을 불러오는 가격책정 등을 그만두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한 신현준 경제학 박사도 음반유통구조의 문제점에 동의하고 "정부 주도로 KRCnet이 추진되고 있지만 음반사 참여가 저조해 제역할이 의문시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KRCnet 김종덕 대표이사는 "KRCnet이 구상하는 유통정보화시스템과 공동물류센터가 구축되면 우리 음반시장 유통구조의 구조적 문제점이 없어지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업계와 시민단체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어 음반업계 종사자들이 현장에서의 어려움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음반사'대표로 참석한 황인서 도레미레코드사 이사는 "현재 음반유통 정보가 전산화돼 있지 않아 음반 과다생산·재고부담 등의 문제가 발생해 음반사는 직영매장을 설립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황이사는 KRCnet에 대해서는 "음반유통의 전산화를 하겠다는 취지는 높이 평가해야 하나 지금 상태로는 도매시장에서 '옥상옥'의 기구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음반소매상연합회 변지현 회장은 △반품의 어려움 △인터넷 판매와 대형매장의 할인판매 경쟁 △도매상의 상당수 소매상 운영 등을 소매상들의 고충으로 꼽고 "인터넷 판매가격의 정상화를 유도하고 반품 규제 등을 완화해 줄 것"을 제작사에 촉구했다.
이어 한국음반유통협회 최예강 회장은 "현재 유통협회 회원들은 유동적인 판매가격 구조 때문에 심지어 2~3%의 이익마진으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가격정찰제가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화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한국대중음악개혁 연중 정기포럼' 중 두번째 자리로 오는 8월에는 '대중음악 제도개혁을 위한 정책 방향'을 주제로 3회 포럼이 열릴 예정이다.
이희정/동아닷컴 기자 huib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