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한지 한달여 만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기록을 깨고 전국관객 450만명을 넘어선 영화 '친구'. 이성간의 사랑이 주가 되지 않고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이만큼 끌 수 있었던 것은 '공동경비…'의 '통일'보다 친숙한 '친구'의 우정이란 주제였기에 가능했을거라 생각된다.
소독차의 연기가 뭐 그리도 좋은지 숨을 헉헉거리면서도 차를 뒤따라가는 아이들로 영화는 시작된다.
감독의 분신인 상택을 비롯 건달 아버지를 둔 준석, 가난한 장의사 아들 동수 그리고 감초 중호. 이 네명의 단짝 친구들의 성장과정을 따라 70년대에서 90년대까지 이어지는 이 영화는 첫 장면에서부터 그랬듯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오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인공들은 포르노 잡지를 몰래 구해 친구들에게 반강제로 팔기도 하고 강가에서 시커먼 튜브 하나에 네명이 매달려 수영도 하며 또 고교 축제 때는 한눈에 반할 정도로 예쁜 여학생을 보며 혼자만의 꿈에 빠지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친구끼리는 미안한거 없다" ·"난 니 한번도 원망한 적 없다"는 준석의 대사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귓가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개인주의의 팽배로 이해타산적인 인간관계가 부쩍 늘어가는 현실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과거에 대한 그리움 이전에 부러움이 생겨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너무 잔인하다'·'남자들만을 위한 영화다'라는 비판 어린 목소리도 있지만 이 영화가 '친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은 분명하다.
'사랑' 다음으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준 것이 있다면 바로 '우정'이 아닐까?
인디언들은 친구를 '등 뒤에 내 슬픔을 지고가는 자'로 부른다. 친구란 어떤 존재냐는 질문에 '오래두고 가까이 사귄 벗'이라고 대답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대체로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이라고 대답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희진양(영남대 사회과학부 1)은 "나 자신 다음으로 나를 이해해 주며 부모님께도 할 수 없는 얘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감대를 이끄는 사람이 바로 벗"이라고 답했다.
또 이지혜양(영남대 생활과학부 2)은 "비가 올 때 우산을 씌어주기 보다 함께 비를 맞을 수 있는 존재"라며 시적인 답변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란 존재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의미나 느낌이 다른 것 같았다.
10대와 20대를 비교해보아도 분명 뚜렷한 차이가 있다. 10대들은 친구에 대해 '순수하고 이해관계에 어두운 사이’라고 답한 반면 20대 중에는 '이해타산적이며 사무적인 관계가 조금은 덜한 사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이밖에 20대의 의견은 분분한 편이었는데 조성미양(영남대 심리학 2)은 "20대의 친구관계는 필요에 의한 만남이 많은 것 같고 자신을 적당히 보여주는 것이 제일 큰 특징"이라고 말했으며 김민아양(영남대 영어교육 2)은 "예전에 비해 친구간 교제가 적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백원기 영남대 학생계장은 "10대 때는 동무로서 큰 의미를 모르면서 지내고 2,30대에는 조금씩 그 의미를 알아가며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40대에는 인생의 참다운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하며 어려울 때일수록 가까이 있게 된다"며 인생의 선배다운 말을 전했다.
이처럼 친구에 대한 생각은 각기 다르지만 친구는 어느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오늘 영화 친구를 보며 나의 '친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건 어떨까?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글귀가 하나 있다.
"벗을 얻는 오직 한가지 방법은 나 스스로가 다른 이의 벗이 되어 주는 것이다(에머슨)"
(유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