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3일 서울을 방문한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북 보따리’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유예 연장 약속 등 눈길을 끄는 내용이 적지 않다.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인 조엘 위트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의 견해를 들었다.》
―페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북 성과를 총평하자면….
“매우 긍정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사일 발사유예 연장을 언급한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한 대화를 위해 대표단을 유럽에 보내겠다고 밝힌 것도 놀랍다. 남북정상회담 재개 의사를 밝힌 것도 매우 긍정적이다. 평양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미국을 맹렬히 비판해왔으나 그같은 발언이 진심이 아니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유예 시한을 2003년으로 잡은 이유는….
“추측컨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한에 2003년까지 제공키로 한 경수로의 완공 여부를 기다려 보겠다는 것일 수 있다. 김 대통령의 임기가 2003년 2월 끝나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시한에 어떤 숨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론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김위원장의 발언은 북―미 관계에 좋은 조짐으로 보이는데….
“나는 북한이 대미관계 악화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지속하기 바라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현안이 아닌데도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유예를 밝힌 것은 미국과의 대화재개와 관계개선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북―미 회담 재개 전망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면 대화는 재개될 것이나 그 자체보다는 어떤 대화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부시 행정부의 대북대화 의지는 클린턴 행정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언제쯤 재개될까.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결정해야 가능할 것 같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후인 올 후반기가 될 것 같다.”
―한반도에 대한 유럽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유럽은 남북문제에서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은 과장된 것 같다. 유럽의 경우 96년 KEDO에 참여한 이래 주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 왔을 뿐이다. 북한에 대한 유럽의 관심은 제한적이다.”
―KEDO가 약속한 2003년까지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별일 없을 것이다. 북한은 공사 지연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보상을 요구하겠지만 실제론 뭘 얻지 못할 것이다.”
―향후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완료되는 것을 기다려 몇 달 안에 미국 및 한국과 대화에 나설 것이다. 당분간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보다 앞설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천명한 미사일방어체제 추진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북한은 이를 정치적 이슈로 삼아 미국과 흥정을 시도하겠지만 잘 안되면 현실을 받아들일 것이다. 북―미간의 현안은 북한 미사일 문제이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가 아니다. 한국정부가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것은 남북관계보다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 대통령이 이 문제로 난처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는 관측은 과장됐다. 우리는 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eligius@donga.com
▼조엘위트 약력▼
·미국 컬럼비아대 석사
·미 국무부 관리, 제네바기본협정 조정관 역임
·현재 미국 부루킹스 연구소 북한 담당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