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전가인가 원죄인가.’
한나라당이 4일 현 정권이 재정소요가 많은 국가적 현안을 다음 정권으로 미루는 ‘차기정권 부담전가론’을 들고 나오자, 민주당은 즉각 국가채무의 근원은 과거 국가를 운영하면서 엄청난 부실을 양산한 한나라당의 ‘원죄(原罪) 때문이라고 반론을 폈다.
▽국가채무〓한나라당은 97년 78조원이던 국가부채(직접채무+보증채무)가 작년 말 194조원으로 3년 동안 2.5배 가량 증가했으나 상환계획이 없어 ‘빚 내서 빚 갚기’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채 만기도래는 2003년 12조9000억원, 2004년 8조1000억원, 2005년 11조2000억원으로 차기 정부에 집중돼 있어 차기 정부는 ‘뒷설거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진 직후인 98∼99년에 국채발행이 집중된 데다 국가보증채무 만기구조가 3∼5년이어서 2003년부터 상환기간이 도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IMF 기준으로 120조원이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2% 수준으로 미국의 57.7%나 일본의 13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공적자금 상환〓한나라당은 현 정부가 상환하는 1차 공적자금 원금은 6조2000억원에 불과하며, 나머지 상환은 차기 정부에 집중돼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 및 인준 하에 공적자금이 운용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원리금 상환이 언제인지도 모른 채 합의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4대 연금 파산〓공무원 연금은 지난 3년간 6조2000억원의 적자를 봤고,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식투자로 1조6300억원의 손실을 입는 등 4대 연금이 파산위기에 빠져있는데도 도리어 연기금 주식투자를 추진함으로써 부실의 가속화가 우려된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 반면, 민주당은 4대 연금은 과거 정권부터 재정의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재정고갈이 예상됐던 분야라고 받아쳤다.
▽복지예산 부담〓한나라당은 현 정부가 생산적 복지라는 미명 아래 사회보장제도를 남발하고는 정작 제도를 뒷받침하는 재정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경제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회안전망 구축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의 하나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또 기초생활보장제의 경우 2002년부터 의료보호예산과 근로소득공제제도가 시행돼 2조원의 예산이 증액되지만, 그후엔 노령화사회에 대비한 예산 외엔 대폭증가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4대 부문 개혁〓한나라당은 현 정부의 4대 부문 개혁 실패로 차기정부가 ‘재 개혁’의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개혁은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기 때문에 시장이 스스로 개혁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상시개혁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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